그냥 홈런은 아니었다.
KIA 4번타자 최형우(35)가 연타석 홈런으로 위기의 KIA를 구했다. 지난 13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색이 짙은 9회초 1사후 우월투런포를 가동해 극적인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1회초 1사1루에서 또 다시 우월투런아치를 그려 승리를 이끌어냈다.
전타석까지는 병살타 1개를 기록하며 침묵을 지켰지만 극적인 연타석 홈런을 기록해 팀에게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팀이 4연패의 수렁이 빠지는 순간 홈런 2방으로 천국으로 건져낸 것이었다. 자칫 연패의 흐름이 길어질 수도 있는 흐름을 되돌리는 영양가 만점의 연타석포였다.
최형우는 이날 2홈런, 4타점을 수확하며서 개인타이틀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30타점을 기록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작년 타점왕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날이었다. 아울러 9홈런(4위)을 기록해 SK 최정(12개)을 추격을 시작했다. 득점 3위(28개), 타율 5위(.354)에 장타율 2위(.715), 출루율 3위(.448)을 기록해 OPS 1.163으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최형우는 작년 FA 계약 과정에서 "홈런보다는 타점을 많이 올리는 타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타점 생산에 더 주력하겠다는 말이었다. 작년(144타점)에 이어 2년 연속 타점왕을 조준했다. 실제로 한 방을 노리는 야구보다는 찬스에서 타점을 올리거나 안타 혹은 2루타로 기회를 이어주고 만드는 타격을 위주로 했다.
그러나 이날만은 달랐다. 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때 홈런 2방으로 중요한 타점을 올리는 야구를 했다. 마치 '홈런은 이럴때 쳐야한다'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100억원의 FA 계약이 아깝지 않은 두 번의 화끈한 스윙이었다. 시즌 전체로 보더라도 첫 위기가 찾아온 시기에서 팀을 구한 타격이었다.
아울러 스스로 최근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홈런이자 타선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홈런이었다. 최형우도 전타석까지 병살타를 날리는 등 특유의 날카로운 스윙을 잃어버렸다. 이른바 최형우 시프트에 당하는 모습도 잦았다. KIA 타선은 김주찬, 이범호, 안치홍 등 주력타자들이 집단 슬럼프 조짐을 보인데다 4번타자가 흔들리자 득점력 빈곤에 시달렸다.
그러나 4번 최형우가 연타석포를 날려 마치 자명종 시계처럼 잠에서 깨어났다. 9회 동점 홈런을 치고 기쁜 나머지 두 손을 번쩍 들었던 장면에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침묵에 빠진 다른 타자들에게도 자극을 주는 홈런일 수도 있다. 그만큼 4번타자의 연타석 홈런은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서 터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