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수원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자 kt wiz 김진욱 감독과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같은 생각을 했다. 우천 취소로 경기가 순연되길 원한 것. 김진욱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왜 우천 취소를 원했을까. 이유는 조금 다르다.
kt의 경우 선발 로테이션의 조정을 위해 경기가 연기 되길 원했다. 김진욱 감독은 "NC의 외국인 원투 펀치가 빠져서 경기를 해도 괜찮다. 그러나 우리는 로테이션의 조정이 필요하다. 내일 정성곤이 나갈 예정이다. 만약 취소되면 고영표 뒤 경기에 라이언 피어밴드를 넣으려고 한다. 이틀 연속 왼손 투수가 나가는 건 좋지 않다. 인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우천을 이용해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NC는 우천의 여파로 인한 부상 걱정과 불펜 투수들의 휴식을 생각했다. 김경문 감독 "경기라는 것이 비가 다 그친 것이 아닌 상태에서 기다리면 걱정이 많아진다.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중간에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경기가 많다면 많다. 투수들이 쉴 땐 쉬어야 한다. 불펜도 쉬어야 하는 상태다.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여러 가지로 걱정스러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팀 감독들의 희망과 달리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비가 그쳤다. 당연히 방수포가 걷혔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차이는 있었다. 홈팀 kt는 먼저 훈련을 진행한 탓에 정상적으로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강한 바람에 방해를 받은 정도다. 반면 NC는 훈련을 시작하려고 할 때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야외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준비의 차이만 있었던 건 아니다. kt는 선발 로테이션의 조정에만 실패했지만, NC는 걱정했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 김경문 감독이 염려했던 부상이 선발 투수 최금강과 포수 김태군에게서 나왔고, 최금강의 3회 조기 강판으로 인해 불펜 투수가 3명이나 동원됐다. 김경문 감독은 최대한 불펜 투수를 아끼려 했지만 세 선수 모두 적지 않은 투구를 했다.
심지어 NC는 경기 결과도 챙기지 못했다. NC 타선은 kt 선발 투수 고영표의 호투에 막혀 좀처럼 출루하지 못한 데다가 투수진도 잇달아 실점을 한 탓에 올 시즌 처음으로 kt에 패배해야 했다. NC로서는 여러모로 풀리지 않은 수원에서의 13일이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