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양상의 경기. 한 끗 차이의 투수 운용으로 승부가 갈렸다. 불펜을 조기에 가동한 두산은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이끌 수 있었고, 롯데는 한 박자 늦은 투수 교체가 발목을 잡우며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4차전 경기는 난타전 속에서 두산이 9-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두산은 홍상삼, 롯데는 브룩스 레일리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대체 선발 격인 홍상삼과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레일리였다. 선발 매치업 상으로는 롯데가 우위에 있는 듯 보였다. 대신 두산은 홍상삼이 초반 난조를 보일 경우 함덕주를 ‘+1’ 자원으로 투입하는 복안을 마련해 둔 상황이었다.
양 팀의 선발 모두 초반부터 난조를 보였다. 레일리는 1회와 2회, 각각 2점 씩을 허용해 초반 4실점 했다. 두산 홍상삼도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지만 2회부터 제구 난조가 시작되면서 밀어내기 사구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2실점 했다.
선발들이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벤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불펜 가동 타이밍을 생각해야 했다. 두산이 먼저 움직였다. 제구가 잡히지 않는 홍상삼을 4-0에서 2점을 추격당한 2회말 1사 만루에서 강판시키고 예고한대로 함덕주를 투입했다.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기에 어차피 줄 점수라고 생각하면 조기에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선택을 내렸다.
함덕주는 올라오자마자 손아섭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렸지만, 결국 2사 만루에서 이우민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3루에서 이대호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두산으로서는 어느정도 투수 교체가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레일리를 우선 믿었다. 불펜에서는 박진형이 몸을 풀며 대기를 했지만 레일 리가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회와 2회 공이 복판으로 몰리며 난조를 보였지만 4-4 동점이던 상황에서 레일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방향을 택했다. 그 사이 박진형은 몸을 풀다 다시 철수했다.
하지만 이 믿음이 결국 독이 됐다. 1사후 허경민과 김재호에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민병헌에 좌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4-4로 겨우 동점을 만든 타선의 반격을 무색하게 만든 허망한 3실점이었다. 레일리가 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에이스의 경기라도 초반 불펜을 가동하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롯데는 이미 주도권을 내준 4회에서야 레일리를 박진형으로 교체했다.
동점의 분위기를 잇지 못한 롯데는 결국 두산에 다시금 흐름을 내줬고, 물이 오른 두산 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4회초 2사후 박건우에 솔로포, 최주환과 허경민에 연속 2루타를 내주면서 4-9가 됐다.
두산 함덕주는 2회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이닝은 완벽했다. 3회부터 5회까지 롯데 타선을 적절하게 틀어막으면서 팀의 리드를 지켰다. 함덕주는 +1의 역할이었지만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함덕주는 7회말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이날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롯데도 박진형이 7회까지 두산 타선을 잠재우며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롯데는 끝내 경기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