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5.13 07: 13

12일 삼성-넥센전이 열리기 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넥센 선발이 앤디 밴헤켄으로 예고된 가운데 후배들을 위해 배팅볼 투수를 자처했다. 6일 마산 NC전과 10일 대구 LG전에 이어 시즌 세 번째 등판. 
잘 알려진대로 이승엽은 투수 출신이다. 1993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4승(평균 자책점 1.74)을 거두며 경북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1995년 삼성 입단 후 팔꿈치 통증 탓에 타자로 전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이승엽은 지난해부터 경기 전 배팅볼을 던지는 횟수가 잦아졌다. 타격 훈련을 마친 뒤 마운드에 올라 경북고 좌완 에이스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정확한 컨트롤과 다양한 변화구를 바탕으로 타자들의 훈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 하나 허투루 던지지 않았다. 이승엽의 표정을 보노라면 만루 위기에 놓인 투수처럼 비장함 그 자체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한수 감독은 이승엽을 바라보며 "이승엽이 요즘 들어 배팅볼을 많이 던진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에 나선 이승엽은 "나는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니까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고 씩 웃었다. 
이승엽이 배팅볼 투수로 나서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삼성은 좌완 배팅볼 투수가 부족하다. 경기 전 타격 훈련할때 상대 선발 투수의 유형에 따라 배팅볼 투수가 타자들의 훈련을 돕는다. 그는 "아무래도 투수 출신이다보니 배팅볼을 던지는 게 낯설지 않다.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승엽의 진심은 통했다. 삼성은 넥센 선발 앤디 밴헤켄을 두들기며 4-1로 이겼다. 7일 마산 NC전 이후 3연패 마감. 좌완 배팅볼 기근에 시달리는 삼성은 이승엽의 솔선수범에 원활한 훈련 진행과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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