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은 오랜 마이너리그 경험에서 여러 포지션을 거쳤다. 최근에는 주로 1·3루를 봤지만 예전에는 외야나 2루도 소화한 적이 있다. 일단 공격을 보고 뽑아온 선수이나 포지션 활용도도 쓰임새가 있다.
실제 로맥은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4038⅓이닝)로 가장 많이 뛰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로맥의 좋은 어깨를 고려해 우익수 출전을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이 3루(2281⅓이닝)와 1루(2271⅔이닝)로 거의 비슷한 시간이다. 또한 2루로도 200⅔이닝을 뛴 적이 있다. 2015년에 2루로 나서 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편이다.
힐만 감독은 첫 2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한 로맥이 13일부터는 수비에도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로맥의 포지션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상황에 맞춰 빈 곳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다. 그런 힐만 감독은 “내야 포지션(1·2·3루)에서 비슷한 출전 시간을 소화할 것 같다”고 로맥의 주 포지션을 설명했다. 1·3루의 출전이야 예상된 바지만, 2루도 비슷한 비중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
힐만 감독은 로맥이 내야수 출신인 만큼 땅볼 처리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한국 합류 후 실시한 2루 수비에서도 괜찮은 핸들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2루는 1루와 3루와는 달리 약속된 플레이가 많아 적응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훈련을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루로도 활용하겠다는 의사는 확고해 보인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라인업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리그 포지션별 평균과 견줘봤을 때, SK의 올 시즌 포지션별 공격 생산성은 2루와 유격수가 가장 약하다. 이 중 로맥이 들어갈 수 있는 2루는 주전인 김성현의 타격이 시즌 초반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타격에 있어 리그 적응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로맥이 들어가면 2루의 무게감 자체는 높아진다. 언제든지 장타를 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타력에 힘을 준 라인업이 완성될 수도 있다. 로맥이 2루에 가면 박정권 한동민 김동엽 정의윤 로맥, 그리고 최정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방이 있는 포수 이재원에 두 자릿수 홈런을 칠 능력을 갖춘 김강민까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어느 타순에서나 적어도 홈런 기대치에서는 리그 최고의 타순이 완성된다.
물론 출루율 등 전체적인 타순의 균형, 상대 선발,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타순이 얼마나 자주 나올지는 미지수다. 로맥의 2루 수비 능력이 실전에서 더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홈런 앞으로’의 팀이 된 SK가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흥미롭다. 이상적으로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남은 시즌 SK의 방향성을 타순 운영에서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