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믿는 스타일이다. 주축 타자들의 경우 몇 경기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지론도 가지고 있다. 2015년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나지완에게 ‘100타석’이라는 상징적 기회를 준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그런 김 감독에게 2017년은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가 고민의 대상이다. 올해 KIA의 약점을 보완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며 총액 85만 달러에 계약한 버나디나는 시즌 초반 부진에 빠져 있다. 넓은 수비 범위와 벌써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탁월한 주루는 분명 합격점이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공격이 너무 안 된다.
버나디나는 12일까지 34경기에서 타율 2할3푼4리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높았던 출루율도 2할9푼7리까지 떨어졌다. 장타(장타율 0.289)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586. 이는 10개 구단 중견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김 감독은 버나디나가 시즌 초반 부진할 때까지만 해도 일종의 100타석 지론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100타석 이후가 더 부진하다. 버나디나의 4월 타율은 2할5푼8리, 5월 타율은 1할6푼7리다.
버나디나는 전형적인 스프레이 중거리 히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장 전역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면서 기동력으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적어도 오키나와 연습경기까지는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났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펀치력까지 과시해 기대가 컸다. 하지만 히범경기와 정규시즌에는 이런 모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각 구단들의 견제가 집요하다.
버나디나의 타격 약점은 몸쪽이다. 이미 시범경기 당시부터 많이 제기됐던 문제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자료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했을 때 몸쪽 높은 코스는 아예 안타가 없다. 방망이를 바꿔보기도 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극복이 쉽지 않다. 몸쪽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대다수의 타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확실힌 히팅존이 보이지도 않는다. 한 해설위원은 “듣던 것보다는 스윙이 크다. 바깥쪽 코스에 강점이 있지만 그만큼 삼진도 많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여전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선발 출장 중이다. 12일 인천 SK전에서도 여전히 리드오프로 출전했다. 팀 타선이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버나디나의 위치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머물렀다. 잘 맞은 타구가 나오지 않고 있고, 스트라이크존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교체가 쉽지 않다면, 버나디나에 어떠한 ‘처방’은 있어야 한다. 베테랑 타자의 경험은 존중해야 하지만, 지금은 감이 너무 떨어져 있다. 물론 그 처방을 하는 방법은 코칭스태프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장점이 있어 운영의 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12일 경기에서 역시 타격 부진에 빠진 김주찬을 선발 제외한 김 감독이 버나디나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