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이 열린 경쟁이 아닐 수 있다”
지난 2월 미네소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박병호(31·미네소타)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미네소타는 투수 13명을 25인에 포함시키는 이례적인 결정으로 박병호의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이 결정은 당시 현지에서도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미네소타는 선발이 약한 팀 구조상 불펜을 보강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역 언론들은 “16연전이 시작되는 4월 중순 이후라면 모를까, 휴식일이 있어 4인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는 초반에 투수 13명이 과연 필요했나”라고 일제히 의문부호를 달았다. 어쨌든 박병호의 시즌 시작은 트리플A였다.
박병호는 불운했다. 첫 4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으나 2루타를 치고 주루 플레이를 하는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콜업 대상 리스트에서는 자연히 사라졌다. 그러나 막상 박병호가 야수 등록 시점까지 마이너리그 최고의 타자였다고 해도 선택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체스터 지역 언론의 분위기가 그랬다. 한 관계자는 “박병호에게 열린 경쟁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기량과 성적을 놓고 콜업 선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구단 수뇌부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로체스터 지역 언론의 시각은 거의 일치했다. “더 잘하는 선수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케니스 바르가스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결국 바르가스는 마이너리그에서 ‘2할2푼7리’를 치고 메이저리그에 갔다. 부상 중인 박병호를 제외해도, 바르가스보다 타격 성적이 좋은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로체스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네소타 야수진은 변혁의 시기다. ‘한 방 야구’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출루율과 끈질김을 조합한 좀 더 작은 야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출루율이 좋은 로비 그로스먼의 지명타자 기용은 이를 상징한다. 박병호도 “내가 잘하고 있다고 해도 꼭 콜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구단의 방향이 그렇다면 박병호는 콜업에 있어 여전히 불리한 위치다. 박병호는 40인 바깥에 있다. 바르가스는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다. 이 차이는 기존 40인 선수 하나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크다. 구단 수뇌부는 이미 박병호를 40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이들이다. 이런 저런 립서비스를 해도 박병호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는다.
결국 박병호는 구단이 안 쓰고는 못 배길 성적을 내야 한다. 시즌을 치르면서 현재 25인 로스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언젠가는 자리가 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확실한 실적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그냥 좋은 성적으로는 MLB 복귀가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박병호는 햄스트링 부상 재활을 마치고 최근 로체스터로 돌아왔다. 복귀 후 2경기에서는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 달 이상의 공백이라 당장 100% 감을 찾기는 힘들다. 다행히 첫 경기보다는 두 번째 경기에서의 타격이 좋았다. 중견수가 뒷걸음질 치는 큰 타구를 두 번 날렸다. 박병호도 “일단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각오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장시간 지속되는 마이너리그 생활에 대한 심리적 극복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