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깔끔투' 이태양, 김성근 믿음에 응답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12 22: 32

"선수들은 늘 잘하겠다고, 자신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걸 속아주는 게 감독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이태양(27)을 향한 김성근 한화 감독의 이야기다.
이태양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84개. 스트라이크가 59개로 공격적이었다.
한화는 이태양의 호투를 앞세워 LG를 5-3으로 눌렀다. 이태양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4경기 선발)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48을 기록 중이었다. 그는 일곱 번째 등판 만에 마침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성근 감독은 이태양 이야기로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이태양이 1~2회 고비를 못 넘긴다. 3회부터는 평정을 찾는데 그 초반이 문제다"라며 염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태양은 올 시즌 1회 피안타율 3할7푼5리, 피OPS(출루율+장타율) 0.796로 고전 중이었다. 2회는 피안타율 4할2푼1리, 피OPS 1.184로 더욱 안 좋았다.
이어 김성근 감독은 "이태양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 있다. 잘 하겠다'라고 한다. 속아주는 게 감독 아닌가 싶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김 감독은 "최근 KBO리그에는 활약하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이들 모두 구속보다는 제구에서 발전을 거둔 선수들이다. 이제 스피드로는 안 된다"라며 선을 그었다. 올 시즌 선발로 나선 모든 경기에서 매번 두 개 이상의 사사구를 내준 이태양의 분발이 필요했다.
이태양은 김성근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이날 등판에서 이태양은 무사사구 투구를 선보였다. 이태양이 올 시즌 사사구 없이 마운드를 내려간 건 첫 등판이던 지난달 6일 NC전이 유일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불펜으로 나와 1이닝만 던졌을 뿐이다. 선발 첫 무사사구 투구였다.
김 감독이 염려하던 경기 초반 징크스도 무난하게 넘겼다. 1회 1사 후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후속 타자들을 연달아 범타 처리했다. 이어 2회에는 2사 후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을 억제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분석처럼 3회를 삼자범퇴, 4회 1피안타, 5회 삼자범퇴로 경기 중반을 주도했다.
이태양은 6회 선두 김용의에게 안타를 맞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가 적었기 때문에 다소 이른 교체였다. 그러나 한화 불펜진이 남은 4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김 감독의 조기 교체는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태양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야수들과 불펜투수들을 독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밝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이태양의 시즌 첫 승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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