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LG의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33)의 올 시즌 1군 첫 등판. 맞상대 한화가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법한 상황이었다. LG의 잔칫상에 재를 뿌린 건 김원석의 적시타였다.
한화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5-3으로 승리했다. 7연승을 달리던 LG의 기세를 꺾은 진땀승이었다. 선발투수 이태양이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타선은 6회 석 점을 뽑으며 이태양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성근 감독의 관심사는 역시 허프의 복귀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이날 허프를 1군에 등록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급적이면 허프를 투입시킬 예정이다. 투구수는 70개 전후로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전해들은 김성근 감독은 "우리가 샘플이 되는 건가"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지난해 7월 14일 KBO리그에 데뷔한 허프의 첫 경기 상대는 한화였다. 당시에도 구원등판한 허프는 1.2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위력이 덜했다. 그러나 한 달 뒤에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허프는 데뷔전 한 달 뒤인 8월 19일 한화전에 선발등판했다. 당시 허프는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허프의 잔상이 김 감독의 농담 섞인 우려를 자아낸 것.
허프는 1-1로 맞선 3회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 타선은 초반, 허프에 고전했다. 허프의 첫 이닝에 정근우, 하주석, 송광민이 도합 4구만에 아웃카운트 세 개를 헌납했다. 4회와 5회 각각 한 번씩 출루했지만 후속타는 없었다.
그러나 한화 타선은 6회 집중력을 발휘했다. 1사 후 윌린 로사리오의 내야 땅볼이 포문을 열었다. 유격수 쪽 깊은 타구, 송구가 제대로 갔어도 애매한 승부였다. 그러나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가 1루 불펜 쪽으로 향하며 로사리오는 2루까지 안전 진루했다. 이어 김태균의 안타로 1사 1·3루, 양성우의 내야 땅볼 때 1루수 양석환의 야수 선택으로 로사리오가 득점했다. 한화의 2-1 리드.
이어 장민석의 볼넷과 차일목의 중견수 뜬공으로 2사 만루 찬스. 한화는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해결사는 김원석이었다. 김원석은 초구부터 3구까지 내리 파울로 걷어냈다. 이어 볼 두 개. 볼카운트는 2B-2S였다. 김원석은 이어 또 한 번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다. 연이은 커트에 지친 허프는 마운드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7구, 허프의 146km 속구를 김원석이 놓치지 않고 우전 안타로 만들었다. 3루주자 김태균과 2루주자 양성우 모두 득점. 균형추가 한순간에 기울었다.
한화는 6회 뽑은 석 점을 끝까지 지켜 LG의 7연승 행진과 허프의 데뷔전에 모두 찬물을 끼얹었다. 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샘플'이 될 뻔한 상황을 집념으로 이겨낸 셈이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