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주전 포수로 거듭난 이재원(29)은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3할이 넘던 도루 저지율이 뚝 떨어졌고, 타격에서도 신바람이 나지 않았다. 11일까지 32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고작 타율 2할5푼, 1홈런, 8타점이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576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러자 지난 4월 7일 KIA로 이적한 후 공·수 모두에서 신임을 얻기 시작한 김민식의 가치가 덩달아 높아졌다. 수비는 김민식도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이재원이 상대 우위를 지니고 있었던 공격에서도 김민식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민식을 잡고 있었어야 했다”는 여론도 생겼다.
하지만 이재원은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최근 방망이가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을 뿐 분명 타구의 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12일에는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그간의 갈증을 싹 날렸다.
2-2로 맞선 6회 2사 2,3루였다. KIA는 이재원의 타석 전에서 선발 임기영을 내리고 김윤동을 투입했다. 여기서 이재원이 이기면 분위기는 SK쪽으로 오는 것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KIA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승자는 이재원이었다. 김윤동의 초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SK쪽으로 쏠렸다.
이재원은 그 전 수비에서도 두 차례의 번개같은 견제로 KIA의 발목을 붙잡은 상황이었다. 3회 2사 2루에서는 나지완을 잡았고, 4회 무사 1,2루에서는 2루 주자 이범호를 잡아 KIA 공격의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SK의 주전 포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여전히 더 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이재원은 경기 후 "팀의 승리를 만들어내는 홈런을 쳐서 기분이 너무 좋다. 타석에 들어설 때 직구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갔었고, 실투가 들어와서 휘두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포수로서 주자들을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는데 (송구 아웃으로) 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