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의 변화구 각이 예리하지 않았다.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에서 예리하지 않았던 변화구가 발목을 잡았다.
류현진은 12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101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6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5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류현진은 지난달 8일 올 시즌 첫 등판을 쿠어스필드에서 치렀다. 당시 류현진은 4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쿠어스필드에서의 충분한 복귀전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다소 난조를 겪으면서 부활에 의문부호가 달렸지만 이 의문부호 역시 스스로 이겨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 전에서 역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체인지업을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의 각을 예리하게 만들며 타자들을 요리하는 방법을 늘려가고 있었다. 변화구의 위력은 감소된 빠른공의 구위를 보완해 줄 훌륭한 결정구가 돼가고 있었다.
그러나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에서는 날카로운 변화구가 먹히지 않았다. 공기가 희박하기에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변화구도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면서 떨어지는 각이 완만해지는 곳이 쿠어스필드다.
결국 류현진은 이 쿠어스필드의 공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결정구로 구사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잘 맞은 정타였고, 대부분 2루타 이상의 장타로 연결됐다.
1회부터 불안했다. 1사 1루에서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 2B1S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전 안타를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마크 레이놀즈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안 데스몬드와 1B1S 승부에서 몸쪽으로 붙는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면서 좌익 선상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아 선제 실점했다. 빠른공을 노리고 있더라도 완만한 각으로 다가오는 슬라이더는 배트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2실점 이후 팻 발라이카에 허용한 중견수 뜬공 역시 담장 앞까지 향했는데, 이 역시 체인지업을 구사하다 맞은 철렁한 타구였다.
2회에도 변화구는 떨어지지 않았고, 콜로라도 타자들의 쉬운 먹잇감이 됐다. 선두타자 라이언 해니건과 1S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다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투수 제프 호프먼의 보내기 번트 때 포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위기는 증폭됐다.
이후 찰리 블랙먼은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D.J. 르메이유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역시 체인지업이 배트에 걸리며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다.
2사 1,2루에서 놀란 아레나도에 빠른 공을 던지다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고, 마크 레이놀즈에는 체인지업을 던지다 다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안 데스몬드는 고의4구로 내보내며 카를로스 곤잘레스와 승부를 택했지만 1B1S에서 커브를 던져 2타점 2루타까지 맞았다.
3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류현진은 결국 볼넷과 사구로 위기를 만든 뒤 카를로스 곤잘레스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는 팻 발라이카에 슬라이더를 던지다 우익선상 2루타까지 얻어맞았다. 결국 류현진은 4회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8개의 피안타 가운데 6개가 변화구를 던지다 얻어맞은 안타였다. 결국 변화구가 제대로 꺾이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흘러들어가자 피해가는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4사구도 7개로 불어났다. 류현진은 5회초 대타 스캇 반슬레이크로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 했다.
믿었던 변화구의 배신으로 류현진은 최악의 경기에 고개를 떨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