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맞더라고요."
두산은 지난 11일 잠실 SK전에서 7-0 승리를 거뒀다. 전날(10일) 6-0 승리에 이은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다.투수들의 호투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양의지의 노련한 볼배합이 있었다.
10일 더스틴 니퍼트와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초반 직구 일색의 볼배합을 보여주다 4회부터는 변화구 위주로 공을 유도하면서 경기를 이끌었다. 특히 4회초 한동민을 상대로는 체인지업 4개를 잇따라 유도해 삼진을 잡아냈고, 정의윤을 상대로는 5구 연속 슬라이더를 요구하기도 했다.
모험수일 수도 있는 볼 배합이었지만, 니퍼트는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니퍼트는 경기 후 "SK 타자들이 빠른 공에 강해서, 직구 타이밍이 맞으면 변화구를 유도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니퍼트의 요구에 양의지가 과감한 볼배합으로 가지고 간 것이다.
이렇게 과감한 볼배합에는 평소 양의지의 신념이 녹아있었다. 양의지는 "볼배합을 낼 때 자신없이 이 공을 던지게 하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항상 안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과감하게 사인을 내고 자신감을 가졌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감독님을 비롯해 담당 코치님께서 항상 많이 점수를 주고 그런날 불러서 '과감하게 사인을 내라'고 주문을 하신다. 그런 말을 듣고 더욱 자신있게 사인을 내게 됐다"라며 "항상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과감하게 볼 배합을 하고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또 자신있게 승부를 했을 때 결과도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볼배합을 내면서 '승부사' 기질을 뽐내기도 했지만, 투수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투수와 포수의 호흡이 중요하다. 양의지기 역시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 역시 "투수의 제구가 흔들릴 때는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웃어보이면서 "계산대로 되면 정말 좋겠지만, 항상 생각대로 되기는 힘들다. 그럴때는 일단 투수가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지도록 해 맞춰잡도록 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11일 경기는 투수의 완벽한 제구 속에 포수의 리드가 빛난던 경기다. 이날 장원준은 9이닝 동안 단 96개의 공을 던져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장원준-양의지 배터리는 적극적으로 장원준의 공을 공략하려고 배트를 휘두른 타자에 공격인 피칭으로 맞섰다. 양의지는 "불필요하게 빠진 공이 많지 않아서 바로바로 승부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라며 "오늘 무엇보다 (장)원준이형 구위가 좋았고,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 것이 주효했다. 또 초반에 점수를 내다보니 SK의 타자도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투수의 제구가 한결 같은 상황에서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컨디션 좋은 두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양의지는 "선발 투수들이 공을 잘 던지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니퍼트와 (장)원준이 형의 다음 피칭이 기대가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