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2)은 현재 ‘천적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 있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이제는 나날이 성장세가 눈에 띄고 있다.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고 부인할 수도 없는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팀의 불펜진이 박세웅의 승리 투수 요건을 없애버리면서 승수 추가에는 실패했다.
이날 박세웅 개인에게는 승리를 놓친 것과는 별개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한화와 대전에서의 징크스를 탈피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 지난해 풀타임 첫 선발 시즌을 치른 박세웅은 한화전 3경기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16.76(9⅔이닝 18자책점)의 극악의 부진을 겼었다. 이러한 악몽의 대부분은 대전에서 벌어졌다. 대전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19.06(5⅔이닝 12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대전과 한화 앞에만 서면 잘 던지던 박세웅은 한 없이 작아졌다.
그러나 이날 박세웅은 대전, 그리고 한화와의 천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비록 이날 스트라이크(53개)와 볼(44개)의 비율이 썩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풀카운트 승부도 여러 차례 펼치는 등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서 힘겹게 이겨내는 투구가 아니라, 타자를 이용하고, 야수를 활용하는 노련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면서 무실점의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이날 한화를 상대로 시즌 5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시즌 첫 무실점 경기까지 펼쳤다. 지난해 대전 한화전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의 투구였다.
아울러 박세웅은 지난해 한화전뿐만 아니라, 두산을 상대로도 한화전 못지않은 부진을 겪었다. 3경기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16.55(10⅓이닝 19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두산전 천적 관계 역시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 6이닝 3피안타 5볼넷 1사구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벗어날 기미를 보였다. 패전 투수가 됐지만 약세를 면하지 못했던 두산을 상대로도 자신의 투구를 펼친 것은 고무적이었다.
비록 모두 1경기에 불과하지만, 천적이란 것이 우선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박세웅은 그 전기를 시즌 초반에 만들어냈다. 시즌 초반 순항과 가파른 성장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현재 평균자책점 1.91로 평균자책점 순위 전체 4위까지 치고 올랐고, 이닝 역시 42⅓이닝으로 평균 6이닝을 꼬박꼬박 소화했다.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 역시 1.11로 정상급 투수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9이닝 당 탈삼진 8.61개에서 5.53개로 줄었지만 대신 힘 들이지 않고 타자들과 승부를 펼치는 방법을 터득했다. 스스로 비시즌 중점 과제로 꼽았던 이닝 소화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박세웅은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마무리 하면서 다음 시즌에는 모든 팀들을 상대로 고르게 잘 던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특정 팀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이 스스로의 성장에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 박세웅이었다. 스스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천적 관계를 서서히 깨뜨리고 있고, 이제는 진정한 토종 에이스의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