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참 기가 막힌데, 타격은 어째 갈수록 한숨만 나온다.
'수비형 외국인 타자'들의 타격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 내야수 앤디 번즈(27)와 KIA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34)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수비와 주루는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이지만, 정작 해줘야 할 방망이가 침묵 또 침묵이다. 외국인 타자의 위암감이 전혀 없다.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커버 가능한 번즈는 수비 능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2루·3루·유격수를 넘나들며 280이닝 동안 단 1개의 실책만 기록했다. 타구를 쫓는 움직임 자체가 다르다. 공을 쫓는 유연한 풋워크, 잽싸게 공을 빼는 능력, 정확한 송구까지 퍼펙트하다.
수비만큼은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번즈이지만 타격은 영 아니다.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2할5푼 3홈런 10타점 16득점 8볼넷 31삼진 6병살 OPS .720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도루 5개로 주력도 좋지만, 출루율이 3할9리밖에 안 되니 빠른 발을 살릴 기회가 오지 않는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1할3푼9리로 찬스에서 더 움츠러든다.
타구의 절반 이상이 좌측으로 향하는 번즈는 당겨치기 성향이 강한 '풀히터'. 바깥쪽 낮은 공에 쉽게 속는다. 약점이 드러난 번즈는 타순도 시즌 초반 2~3번에서 최근 7~8번까지 내려갔다.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5회 2사 1·2루 찬스에서 2루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고, 7회 2사 1·3루 찬스에서는 대타 김상호로 교체되는 굴욕까지 당했다.
버나디나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중견수인 버나디나는 빠른 발과 타구 판단으로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외야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여유 있게 처리한다. 262이닝 동안 실책이 없다. 강한 어깨를 앞세워 보살도 3개 기록했다. 외야 장타를 막아낸 호수비가 많다.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도 최고다. 리그 최다 10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실패는 2번밖에 안 된다. 도루 성공률 83.3%. 수비와 주루에선 완벽한데 타격이 평균 이하를 맴돌고 있어 KIA 코칭스태프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시즌 33경기에서 타율 2할4푼2리 1홈런 12타점 17득점 9볼넷 24사진 OPS .603에 머물러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8명 중 타율 52위, OPS 54위로 하위권이다.
좌완(.233) 우완(.247) 언더(.235) 가리지 않고 전부 타율 2할5푼 미만이다. 빠른 공은 곧잘 반응하지만 변화구에 약하다. 문제는 갈수록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경기에 33타수 5안타 타율 1할5푼2리에 불과하다. 11일 광주 kt전에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기습 번트로 만든 안타였다. 시원한 스윙과 장쾌한 타구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리 수비와 주루가 좋아도 외국인 타자라면 결국 방망이를 잘 쳐야 한다. 4월 한 달 적응기를 넘어 5월 중순까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때가 됐다. 롯데와 KIA가 '수비형 외국인 타자'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번즈-버나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