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으로 뛸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주전으로 뛰고 싶다".
한화 외야수 장민석(35)이 지난해 1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한 말이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한화로 팀을 옮긴 장민석은 이적 첫 해 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에 코피까지 쏟았다. 그는 "코피가 난 건 처음이었다. 몸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신인의 마음으로 주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코피를 쏟아가며 내뱉은 다짐은 현실이 됐다. 이적 첫 해에는 백업으로 뛰었지만 2년차가 된 올해 장민석은 당당히 한화 주전 외야수다. 이용규·최진행·김경언·이성열 등 같은 외야 포지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영향도 없지 않지만, 시즌 개막 이후 한 번도 이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한화 외야수가 장민석이다.
송광민·하주석과 함께 팀 내 최다 33경기를 뛴 장민석은 전부 선발로 출장했다. 타율 2할7푼1리 35안타 10타점 16득점 6도루 9볼넷. 시즌 초반에 비해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 있지만, 팀 내 최다 수비 이닝(287⅓)에서 나타나듯 외야 전 포지션을 넘나들며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도루도 팀에서 가장 많은 6개로 적극적이다. 11일 대전 롯데전에는 8회 2타점 역전 결승타를 터뜨리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장민석은 "최근 타격감이 별로 안 좋았다. (우천연기된 날) 감독님과 실내연습장에서 티배팅을 했다. 바깥쪽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몸쪽 대처를 잘 못했다. (오른) 어깨가 열리는 게 문제였다. 팔이 나가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로 나가는 게 있다. 센터 쪽으로 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래도 많이 연습한 만큼 조금씩 좋아지는 중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장민석은 "솔직히 감독님께 감사하다. 부상자가 많은 것도 있지만 계속 기회를 주신다. 선수가 타격감을 찾는 방법에는 경기를 나가서 직접 해보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 감이 안 좋을 때도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니 감사하다"며 "두산 있을 때부터 백업으로 나가다 보니 이렇게 계속 선발로 뛰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내겐 풀타임 주전 경험이 있다. 몸이 적응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면 괜찮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장민석은 넥센 시절 주전으로 뛴 경험이 있다. 2010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고, 2012~2013년에도 2년 연속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해 4년 만에 다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기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처음 한화에 왔을 때 다짐을 잊지 않았다. 30대 중반을 넘어 스스로 타격폼을 뜯어고치는 모험까지 감행하며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장민석은 "지금 타격폼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 이제 뭔가 됐다 싶다가도 안 될 때가 있지만 나만의 것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외야 수비도 좌익수가 조금 어렵지만 중견수·우익수 가리지 않고 어느 자리든 다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수 모두 활용폭이 넓은 장민석의 존재가 한화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