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누비는 두 좌타자 추신수(35·텍사스)와 김현수(30·볼티모어)의 시즌 초반 처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추신수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4타석 3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만점활약했다. 올 시즌 31경기 만에 7번째 멀티히트 경기였다. 지난 9일 경기를 시작으로 샌디에이고와 세 경기서 모두 멀티 출루. 특히 전날(10일) 경기 포함 9타석에서 8출루다.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반면, 김현수는 같은 날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서 열린 워싱턴과 원정경기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서 7번타자 겸 좌익수로 출장한 뒤 3타수 무안타로 교체아웃된 후 네 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던 김현수였다.
이날 다섯 경기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김현수는 팀이 5-2로 앞선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투수 웨이드 마일리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의 맞대결. 김현수는 6구 승부 끝에 151km 속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현수는 6회 수비 때 투수 마이클 기븐스와 다시 교체됐다. 간만에 찾아온 기회. 무언가를 보여주기에 한 타석은 너무 짧았다.
김현수는 지난해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 탓에 고전했다. 쇼월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현수에게 좌투수 상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짐뿐이었다. 실제로 김현수는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는 날이면 어김 없이 벤치를 지켰다.
문제는 우완을 상대로도 조금씩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수는 최근 볼티모어가 치른 10경기 중 8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이 중 대타로 경기에 나선 건 단 두 차례뿐. 철저한 백업 멤버로 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트레이 맨시니의 맹활약 때문이다. 지난해 짧게나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던 맨시니는 올 시즌 완전히 만개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22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출루율 3할2푼, 7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현수가 가진 '선구안'이라는 장점은 맨시니에게도 있다. 그러나 김현수가 갖지 못한 장타력은 맨시니의 장점 중 하나다. 때문에 맨시니를 기용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수순인 셈이다.
올해 2000만 달러(약 233억 원) 연봉을 받는 '고액 연봉자' 추신수는 돈 때문에라도 기회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활약은 미미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0경기에 나섰는데 그 중 11경기가 무안타였다. 5월 한때 타율은 2할3푼8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안타를 만들지 못할 때도 '눈 야구'로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됐다. 그러면서 기회를 얻자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전날(10일) 경기서 2타수 1안타 3사사구 2득점으로 활약한 걸 포함, 최근 세 경기 연속 멀티 출루. /ing@osen.co.kr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라인업에서 빼는 것은 힘겨운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매일 같이 힘겨운 선택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시즌 초반 함께 부진하던 둘 중 추신수는 그 흐름을 바꿨다. 얄궂은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