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송승준(37·롯데)이 이 정도로 해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송승준은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10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71. FA 계약 첫 해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개인 최소 41⅓이닝 투구에 머물렀다. 시즌 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올 시즌 송승준을 바라보는 기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까지 송승준은 프로 10년을 뛰며 개인 통산 93승을 기록했다. 예년 같았으면 올 시즌 100승 달성에 대한 기대로 가득찼을 것이다. 2008~2015년 송승준은 매년 7승 이상씩 거둔 투수이지만, 누구도 그에게 100승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만큼 떨어져 있었고, 그게 냉정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시즌 뚜껑을 열어 보니 반전이 일어났다. 시즌 첫 7경기를 구원으로 등판한 송승준은 지난달 25일 사직 한화전에서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선발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원중이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 말소됐고, 송승준이 로테이션에 임시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대반전이 시작됐다.
이날 5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둔 송승준은 2일 수원 kt전에서 8이닝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전성기 뺨 치는 투구를 했다. 여세를 몰아 10일 대전 한화전도 5⅔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선발 투입 이후 3연승 질주.
세부 내용도 좋다. WHIP 0.99, 피안타율 2할2푼6리, 9이닝당 1.44볼넷-10.34탈삼진. 직구 구속을 최고 146km까지 끌어올렸고, 포크볼의 낙차도 크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올해 송승준이 이렇게 해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직구와 변화구 모두 좋아졌고, 컨트롤이 생겼다. 리드미컬한 투구를 한다. 10승은 쉽게 하겠더라. 롯데는 송승준이 용병이다"고 극찬했다.
개인 통산 96승째를 거둔 송승준은 이제 100승까지 4승만 남았다. 올 시즌 전에 생각도 못한 100승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역대 KBO리그 100승 투수는 모두 27명.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윤성환(삼성) 김광현(SK) 장원준(두산)이 100승을 달성했다. 송승준 다음의 현역 투수로는 양현종(KIA)이 94승 다른 팀 소속을 제외한 순수 롯데에서 거둔 승수로는 윤학길(117승)-손민한(103승)에 이어 송승준이 故 최동원과 96승으로 공동 3위에 빛난다.
송승준은 10일 한화전 승리 후 "1회 만루 위기에서 무실점으로 막기보다 최소 실점으로 막겠다는 생각으로 투구했다. 수비수들이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병살을 만들어줘 잘 넘길 수 있었다. 이전 경기들보다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포수 (강)민호가 공격적으로 피하지 않고 빠르게 승부하는 리드를 해준 게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도 "송승준의 호투가 승리의 발판이 됐다. 고참 투수로서 아주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