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완 투수 조정훈(32)은 지난 8일 사직구장 마운드를 모처럼 밟았다. 1군 경기는 아니었다. 고양 다이노스와 2군 퓨처스리그 경기가 '먼데이나이트 베이스볼'로 치러졌고, 조정훈은 7회 3번째 투수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관중들은 아니었지만 사직구장에 등장한 조정훈에겐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2군 경기를 조원우 롯데 감독도 지켜봤다. 조 감독은 9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연기되기에 앞서 "조정훈이 어제 경기 포인트였다. 아직은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공을 확실하게 때리는 동작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1군에 부르긴 쉽지 않다는 평가였다.
이 경기에서 조정훈은 2⅔이닝 동안 41개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주무기 포크볼로 삼진 4개를 뺏어내며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 구속도 140km대 초반까지 올라왔다. 다만 전성기 투구폼에 비해 경쾌함이나 역동성은 떨어졌다. 수술한 투수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용마고 출신으로 지난 200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조정훈은 2009년 27경기에서 182⅓이닝을 던지며 14승9패 평균자책점 4.05 탈삼진 175개로 토종 에이스 활약을 했다.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열었지만, 2010년 6월13일 사직 한화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해 첫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군복무를 마치고 난 뒤 2013년 다시 같은 수술을 했다. 2015년 시범경기에서 최고 구속 146km를 찍으며 부활 기대감을 높였으나 통증이 재발됐다. 결국 그해 시즌을 날렸고, 2016년 1월 3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사이 7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올해 2군 대만 캠프에서 재활을 진행한 조정훈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란 것을 인지하고 있다. 7년째 1군 등판 기록 없는 투수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난달 22일 SK전을 시작으로 올해는 2군 퓨처스리그에 3경기 등판한 것은 희망적이다. 성적은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8탈삼진 3실점 평균자책점 5.06.
군제대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2015년 2군 1경기 등판이 전부였던 조정훈에게 3경기 등판은 의미가 크다. 통증이 재발하지 않고 실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만큼 차츰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7년 기다림의 결실이 맺어질지 모른다. 물론 조건은 1군에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공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