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외인타자 제이미 로맥(32)이 한국 땅을 밟았다. 조만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로맥은 힘과 인내심을 고루 갖춘 타자라는 호평을 받는다. 구단도 로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잘 적응하면 SK의 장타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일 SK와 총액 45만 달러(기본 30만 달러+옵션 15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로맥은 7일 오후 입국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다. 취업비자 발급 중에 있는 로맥은 9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경기장에 나와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르면 10일 등록될 것”이라고 했다. 구단 안팎에서도 늦어도 11일에는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맥의 성적은 많이 소개가 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별로 없지만, 트리플A에서는 혁혁한 성과를 낸 전형적인 이른바 ‘Four A’ 선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트리플A에서 3년 연속 20홈런, 연 평균 24.3홈런, 연 평균 86.3타점을 기록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일본프로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동양야구와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나쁜 일이 아니다.
특히 입단 전 올해 성적이 엄청났다. 트리플A 25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 출루율 3할9푼2리, 장타율 0.800, OPS(출루율+장타율) 1.192, 11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SK가 도장을 찍을 당시 퍼시픽코스트리그(PCL) 4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어 있었다. 당초 중앙 내야수(2루수·유격수) 자원을 찾았던 SK는 해당 포지션에 공·수를 모두 갖춘 선수가 마땅치 않자 그간 꾸준히 리스트에 있었던 로맥을 저울질한 끝에 최종 낙점했다.
극단적 타고투저의 PCL이기는 하지만 로맥의 이 성적은 리그 평균을 훨씬 웃돈다. PCL 성적이라고 해서 무시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그 평균을 기준으로 하는 wRC+에서 로맥은 무려 208로 지금도 리그 1위다. 208이라는 수치 자체가 리그의 수준 자체를 논할 필요 없이 로맥이 시즌 초반 트리플A 수준을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44.9%가 뜬공인 반면, 땅볼은 34.8%에 불과했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도 20.3%에 이르렀다. 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은 35.5%였다. 전형적인 거포의 성적이지만, 차별화된 성적도 보인다. 잡아당긴 타구 비율이 50.7%로 다소 높기는 하지만, 반대편 방향 타구도 28.2%, 중앙 방향도 21.1%가 된다. “필드 전체로 홈런 타구를 날려보낼 수 있는 선수”라는 SK의 주장은 적어도 이 기록만 놓고 보면 거짓이 아니다.
로맥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가 3할7푼3리로 다소 높았다고 하더라도 KBO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선수라는 것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기록은 전형적인 거포의 성적이지만, 비교적 인내심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로맥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로맥은 올해 102타석에서 총 479개의 공을 봤다. ‘모 아니면 도’의 공갈포 수준은 아니다.
로맥을 지켜본 적이 있다는 한 관계자는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한 선수라 어처구니없는 공에 손이 나가는 타자는 아니다. 다만 변화구에는 역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고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라면서도 “힘은 좋다. 타율이 2할8푼 이상만 되도 현 시점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은 날릴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라면 더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관건은 컨택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KBO 리그에 온 다른 외국인 타자들의 과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렇게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극단적인 배드볼 히터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존 적응은 필요할 수 있다. 자기 존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선수지만, 자신의 존이 리그 특성의 판정에 맞춰 흔들릴 때 고전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는 게 로맥을 지켜본 이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투수들로서는 역시 몸쪽 승부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해설위원은 “듣는대로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가정할 때, KBO 리그 투수들이 떨어지는 공을 결정구로 활용하기 위해 얼마나 몸쪽 승부를 잘할 수 있느냐가 로맥을 상대하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스윙과 체구로 볼 때 어설픈 바깥쪽 공은 밀어서 넘길 수 있다. 어쩌면 러프(삼성)와 비슷한 대처법이 처음에는 유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응하지 못한다면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