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재가동’ 김동엽, 견제 뚫고 반격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09 13: 15

김동엽(27·SK)은 SK의 차세대 4번 타자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미국에서의 실패 후 오랜 기간 공백을 가졌지만 선천적인 힘과 재능으로 예상보다 빨리 정상궤도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힘은 장사다. 구단 안팎 관계자들 모두 “선천적인 힘 하나는 KBO 리그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상·하체가 고르게 발달되어 있다.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 130m가 우습다는 것은 프리배팅에서 잘 드러난다. 문제는 공을 어떻게 맞히냐느는 것이었다. 지난해 KBO 리그에 데뷔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김동엽의 겨울 과제였다.
타격폼을 간결하게 했다. 타이밍도 조금 더 뒤로 놨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일단 맞히기만 하면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거리가 120m든, 130m든 홈런은 똑같은 홈런”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큰 수정은 아니지만 미세한 타격폼 변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김동엽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그 과정에 대한 점수에 60~70점을 줬다.

그럼에도 4월 한 달은 타구에 힘이 넘쳤다. 타격폼 수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무지막지하게 돌리지 않아도 펜스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은 적중했다. 3~4월 동안 26경기에서 홈런 6개, 22타점을 올렸다. 타율이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4번으로서의 중압감은 으뜸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김동엽을 4번으로 중용했다.
필연적으로 견제가 들어왔고, 고전하는 시기도 있었다. 최근 페이스가 주춤했다. 지난 7일 고척 넥센전 이전까지 10경기에서 타율이 2할2푼2리에 불과했다. 장타 가뭄도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홈런은 4월 25일 LG전 이후 나오지 않았고, 그 후 9경기에서 나온 장타는 고작 1개였다. 상대 팀들의 분석이 집요해지며 김동엽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김동엽은 “처음에는 잘 맞다가 최근 견제가 심해졌다. 몸쪽 공을 던지고 유인구를 많이 던지더라. 거기에 내가 말려 들어간 것이 최근 타격 부진의 원인이었다”고 부진의 이유를 밝혔다. 투수들의 김동엽의 히팅 존에 공을 던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몸쪽으로 바짝 붙이다보니 지난해보다 몸에 맞는 공도 많이 나왔다.
김동엽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김동엽은 “이를 많이 생각하고 있고, 감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7일 고척 넥센전은 김동엽의 이런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3-6으로 뒤진 9회 김세현의 148㎞짜리 빠른 공이 높게 들어오자 이를 잡아 당겨 비거리 120m의 큰 홈런을 만들어냈다. 멀게 보였던 3점을 단숨에 따라 잡는 순간이었다. SK는 이 홈런에 힘입어 다 지던 경기를 그나마 ‘1무’로 바꿔놓을 수 있었다.
이 홈런 외에도 펜스까지 날아가는 2루타 한 개를 더 추가하는 등 모처럼 2개의 장타를 맛본 김동엽은 “이번 홈런을 계기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타격폼 변경은 크게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물론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는 김동엽에게 앞으로도 고비는 계속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는 선수들이 모두 그랬다. 가공할 만한 SK의 거포 군단의 당당한 일원이 된 김동엽의 분투를 지켜보는 것은 성적을 떠나 SK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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