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이대호의 합류로 팀 컬러는 화끈한 공격 야구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침체된 타격 사이클과 잇따른 득점권 침묵으로 본의 아니게 투수진에 의존하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특히 불안요소로 꼽히던 불펜진도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내면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불펜진은 불완전하고 단순하다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
롯데 불펜진은 현재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중 5번째에 위치해 있다. 7세이브 11홀드에 블론세이브는 3개에 불과하다. 7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은 14승1패로 준수한 편이다. 현재까지는 극심한 난조라고 볼 수는 없는 롯데 불펜진이다. 초반 다소 난조를 보이면서 임팩트 있는 패배도 당했다. 그러나 기존 불펜진에 트레이드를 통해 장시환이 합류하면서 사정이 나아졌고, 조원우 감독 역시 불펜진에 대한 신뢰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롯데 불펜진의 조합은 불완전하고 단순하다. 장시환을 비롯해 박시영, 윤길현, 마무리 투수 손승락까지 주력 불펜들이 모두 같은 유형의 우완 정통파다. 140km중후반의 빠른공을 뿌리고, 장시환과 윤길현은 결정구로 활용하는 변화구도 슬라이더로 같다. 손승락 역시 슬라이더와 궤적이 비슷한 커터가 주무기다. 박시영만이 결정구가 포크볼이다.
같은 유형의 투수들이라도 이들이 최고의 구위로 마운드에 오를 경우 문제는 없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언제나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또한 같은 유형의 투수들일 경우 상대 타자들이 공을 맞이하는 궤적이 익숙할 수밖에 없다. 지난 5~8일 사직 KIA 3연전에서 박시영(2경기 1⅓이닝), 장시환(2경기 2이닝) 윤길현(2경기 2⅓이닝)이 연달아 나오자 KIA 타자들 역시 이들에 대한 공략이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불펜진에 좌완, 잠수함 등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구성하고 조합해 불펜 운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적으로 좌완 투수들을 필승조에 포함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롯데는 시즌 초반 김유영과 강영식, 이명우의 컨디션에 빠르게 올라오지 않으면서 좌완 불펜 없이 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까지 불펜 운영을 해왔다.
맹목적인 ‘좌우놀이’의 효험이 무의미해진 현대야구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좌완 불펜진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현재 1군에 존재하는 유일한 좌완 투수인 김유영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이닝 소화 혹은 패전조 역할로 활약했지만 지난 6일 사직 KIA전 3⅓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유일한 잠수함 투수인 배장호의 쓰임새도 점점 더 중요해 질 가능성이 높다. 배장호는 올시즌 15경기 2승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아직 홀드 기록이 없는 만큼 3점 이내의 접전에서 등판한 경우는 많이 없었다. 현재 배장호 역시 공격적인 투구로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잠수함 투수이기에 우완 정통파 일변도의 불펜진에 더 큰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최효석 부산 MBC 해설위원은 “롯데 불펜진의 유형들이 다 비슷하다. 그렇기에 좌완 김유영과 잠수함 배장호를 좀 더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며 불펜의 다양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불완전하고 단순한 조합만으로도 롯데 불펜은 버텨왔다. 여기에 다양한 조합으로 불펜진 활용도를 재정립하고 상황별 투입 선수들을 재편성할 경우, 롯데 불펜은 지금보다 더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해 질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