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선택이 중요한 때, 야구를 위한 후보는 누구?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08 06: 02

한 번의 선택이 야구를 바꿀 수 있을까?
대선 주자 중 '빅5'라고 꼽히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는 모두 야구와 인연이 있다고 외친다. 주말이면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하는 야구장은 빼놓을 수 없는 '유세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후보들의 야구와 얽힌 인연을 살펴보고, 이들이 낸 공약 중 야구팬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게 있는지 알아봤다.

▲ '너도나도 야구팬' 야구광들의 선거전?
문재인 후보는 '야구명문' 경남중-경남고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유년 시절 동네야구 4번타자를 도맡은 그는 대학 때 야구대회에 나서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잡은 시절에 그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의 타격을 본 김성근 감독이 "하체에 힘이 없다"며 지적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야구커뮤니티 사이트에 '인증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한 인연은 지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故 최동원 감독이 선수시절이던 1988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당시 법률 자문을 도맡았던 이가 바로 문 후보다.
경남고와 '부산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부산고 출신 안철수 후보도 야구광이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교 시절 상대 투수가 故 최동원이었는데 너무 잘 던져서 야유하기도 했다"라는 추억을 꺼낸 바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부산 지역 명망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롯데의 우승을 기원하는 건배사를 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안랩 대표시절 "한동안 롯데가 계속 져서 지친 일도 있었다. 성적이 나쁜 시즌에는 가슴이 아파 아예 경기를 보지 않기도 했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역시 야구명문 경북고 출신인 유승민 후보는 어린 시절 야구 때문에 가출을 감행했다. 1975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유 후보는 대학 입시 공부를 미뤄두고 무작정 상경했다. 그가 찾은 곳은 대통령배가 열리던 동대문 야구장. 그러나 당시 경북고는 광주일고에 패했다. 유 후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유 후보는 지난 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삼성과 SK의 경기를 지켜보며 "올 시즌 삼성의 성적이 좋지 않은데, 내가 왔으니 이기지 않겠나"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삼성은 그날 SK에 2-13으로 완패했다.
심상정 후보는 故 최동원의 광팬으로 야구의 맛을 본 그는 고교 시절 학생 야구기자로 활동한 준전문가다. 정치 인생에서도 야구와 인연이 깊다. 심 후보는 지난 2014년말 야구계를 강타했던 롯데의 'CCTV 불법 사찰' 파문 때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심 후보는 당시 "경제가 어렵지만 오늘은 야구를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롯데가 원정 숙소로 쓰는 호텔에 CCTV를 이용, 선수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최하진 당시 롯데 사장과 이윤원 단장이 국회를 방문, 심 후보와 면담을 가졌다. 당시 심 후보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이 아니고 개별 구단에 소속된 선수를 넘어서서 국민이 사랑하는 공공재"라며 "구단에서도 그런 관점으로 봐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준표 후보는 야구와 관련된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러나 유세 기간 내내 KIA와 SK 등의 유니폼을 입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 관심은 많지만 공약은 소홀?
그러나 마땅히 야구와 관련된 공약은 적다. 야구계의 관심을 끌만한 공약을 낸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 뿐이다. 문 후보는 "'마산 아재'들의 야구사랑은 전국 최고다. 그러나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반대로 도비를 확보하지 못해 마산야구장 건립이 불투명하지 않았나. 책임지고 추진하겠다. 메이저리그 구장 못지 않은 야구장을 시민들에게 선물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경남과 창원시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마산야구장 신축에 필요한 도비 200억원 지원이 거절된 바 있다.
유승민 후보는 '11구단 창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 후보 측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의 활용이 애매하다.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KBO리그 11번째 구단을 만들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은 수용인원 3만5000명의 '매머드급' 구장이다. 그러나 당장 11번째 팀을 창단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하다. 이에 대해 유 후보 측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세부계획은 없다.
스포츠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체육계가 반길 만한 공약이 적다. 특히 '정유라 스캔들'로 엘리트 스포츠 선수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다. 실제로 올해부터 평균 학업성적이 C0 미만인 학생들은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주최하는 대학리그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를 두고 프로야구 감독 A는 "단순히 진학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직업을 위해 진학한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처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보들의 공약집에는 이 같은 탁상행정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후보 시절은 물론 대통령 당선 후에도 야구장 방문은 '필수 코스'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정작 야구팬을 위한 공약이 없다는 점은 다소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ing@osen.co.kr
[사진] (위) NC 제공, (중간) 문재인 후보 캠프 제공, (아래) 유승민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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