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줄 점수라면 주고, 도망가지 않으려고 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24)은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자연스럽게 시즌 4승(1패)째가 따라왔고 임기영의 역투에 팀은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지만 2014년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에 넘어온 임기영이다. 또 한 명의 ‘보상 선수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KIA에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왜소하면서도 아직 앳된 얼굴이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는 위풍당당하다. 이날 임기영은 이대호, 최준석 등으로 구성된 롯데의 중심타선을 맞이했다. 비록 현재 롯데의 중심 타선의 감각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대호와 최준석 등의 타석에서 존재감과 위압감이 투수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었다.
실제로 임기영은 초반 이들 앞에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임기영은 1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이대호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솎아냈다. 그리고 4회초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된 1사 1,2루 위기 역시 최준석을 3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호투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의 상황을 경기 후 임기영에게 물었다. 임기영은 쿨 했다. 이들이라고 다른 타자들이 아니었고, 임기영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선 타자들이었다. 임기영 “사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집중하느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서도 “어차피 줄 점수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딱히 도망간다는 생각이 없었다. 마운드 위에서 다 친다고 안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 공을 쳐도 아웃이 될 수 있는 것이니 공격적으로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신예답지 않은 자신감과 대범함이었다.
어느덧 4승이다. 헥터, 팻딘, 양현종으로 구성된, 안 그래도 선발진이 막강했던 KIA에 임기영까지 가세하면서 선발진 완성도와 짜임새가 높아졌다. 임기영의 일회성 역투라고 보기에는 페이스 자체가 안정적이다.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3자책점 이하로 막아냈고, 4번이 모두 퀄리티스타트 이상이었다. 지난 18일 수원 kt전에서는 완봉승까지 달성하기도 했다. 임기영만의 자신감과 공격적인 투구는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감을 잡았고, 더더욱 탄력이 붙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임기영은 우선 신중했다. 지금의 기세에 도취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아직은 물어보고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임기영은 “아직 감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도 헥터와 팻딘, 그리고 코치님께 항상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있다. 감을 잡았다기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서 던질 것이다”고 답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