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마운드를 올라 상대 타자 한두 명을 잡고 내려가는 것. 언뜻 쉬워 보이지만 승리에 꼭 필요한 결정적 역할이다. 그 어려운 걸 LG 좌완투수 윤지웅이 해내고 있다.
윤지웅은 올 시즌 개막을 선발투수로 맞았다. 불펜투수로 준비했지만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무릎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며 구멍난 선발진을 메울 선수가 필요했다. 양상문 LG 감독의 선택은 윤지웅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윤지웅은 2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등판, 5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윤지웅은 8일 롯데전서 4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데 이어 13일 NC전서도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윤지웅을 불펜으로 전환했다.
신의 한 수였다. 윤지웅은 올 시즌 불펜투수로 9경기서 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8로 호투 중이다. 윤지웅은 올 시즌 LG 불펜의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도맡고 있다.
윤지웅은 지난 23일 잠실 KIA전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안타 두 개와 몸 맞는 공 하나를 내줬다. 이후 윤지웅은 여섯 경기서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팀이 치른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 등판, 단 하나의 출루도 허락하지 않는 짠물 피칭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불펜으로 전업하며 9경기에 등판, 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한 개도 없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윤지웅의 불펜 9경기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586.
윤지웅은 2일 잠실 NC전, 팀이 1-2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라 김준완을 삼진, 모창민을 2루수 땅볼, 나성범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비록 LG 타선이 9회 공격에서 임창민에게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묶이며 반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한 점 차를 유지하며 승부를 9회까지 끌고 간 공헌은 분명했다.
하루를 쉰 윤지웅은 4일 잠실 NC전 팀이 4-3으로 앞선 9회 1사 1·3루에 구원등판, 나성범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다. 1루수 양석환이 타구를 잡은 뒤 1루 베이스를 곧바로 밟아 더블아웃. 윤지웅이 올 시즌 첫 세이브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윤지웅은 두산과 어린이날 시리즈 두 경기에 모두 등판, 홀드를 챙겼다. 두 경기 합쳐 1이닝을 던지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크지 않은 점수 차에 등판해 상대 타선에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점은 칭찬할 대목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윤)지웅이가 선발투수일 때도 허프의 공백을 잘 메웠다. 불펜으로 가서는 더 좋다. 감독으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라며 윤지응을 치켜세웠다.
윤지웅은 앞선 두 시즌 연 평균 약 70경기 가량 소화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팀 불펜에서 자신의 역할 한 자리를 공고히 만든 셈이다. 올 시즌도 그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