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뒤집는 한 방, 그리고 승부처에서 빛을 발하는 놀라운 응집력. 이 두 가지를 갖춘 SK 와이번스가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SK 와이번스를 거포 구단이라고 한다. 31경기서 54개의 팀홈런을 쳤으니 당연한 수식어다. 외국인 타자가 없는 상황에서 KBO 리그 평균 팀홈런(26.9개)의 2배 이상으로, 팀홈런 2위 삼성 라이온즈(31개)보다 23개가 더 많다. SK를 빼면 어떤 구단도 거포 구단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리 팀홈런 1위에 오른 SK이지만 홈런만으로 승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홈런을 치기 전에 주자가 나가지 않으면 기껏해야 1점이다. SK가 기록한 경기당 평균 1.74개의 홈런만으로는 승리가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SK는 홈런만 갖춘 팀이 아니다. 팀타율 2할7푼8리로, KBO 리그 평균 2할7푼3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팀출루율도 3할4푼5리로, 리그 평균 3할4푼 이상이다. 즉 기본 이상으로 치고, 출루도 할 줄 안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SK의 압도적인 홈런이 빛을 보고 있다.
홈런보다 더 뛰어난 건 타선의 응집력이다. 한 방이 아니더라도 주자를 득점권에 올려 놓고 결정적인 안타를 만든다는 뜻이다. SK의 득점권 팀타율(.317)은 리그 평균(.281)보다 3푼 이상이 더 높다. 득점권 팀타율 2위 넥센 히어로즈(.305)와도 1푼 이상이 차이가 난다.
SK의 응집력은 6일 넥센전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이날 SK는 단 1개의 홈런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13점을 뽑아내며 넥센을 13-5로 대파했다. SK는 연속 안타쇼로 넥센을 무너뜨렸다. SK가 한 이닝에 안타를 2개 이상 못 친 건 4회와 5회, 7회밖에 없었다.
SK가 무너뜨린 넥센은 팀타율 1위(.295)다. 그러나 SK전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9회 중 6회 동안 2개 이상의 안타를 친 SK와 달리 넥센은 4회와 9회만 2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다. 그나마 9회의 4안타는 이미 사실상 승부가 결정돼 긴장감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평소 좋은 모습을 보인 넥센도 이날 만큼은 구슬을 꿰지 못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반면 SK는 16승 15패로 단독 4위에 오르며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성공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