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황사. 야구장 속 선수들과 관중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지난 5일 전국에는 중구발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서울·강원 지역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에 최고 432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고, 경기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650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의 경우 1세제곱미터에 151마이크로그램 이상으로 올라갈 시 '매우나쁨'으로 수준으로 분류된다.
자연스럽게 실외스포츠인 야구장 역시 무방비 상태로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잠실구장 곳곳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훈련과 경기 중에 가쁜 숨을 내쉬며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선수들이나, 목청껏 응원하는 관중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많은 위험이 있지만, KBO규정으로는 이날 미세먼지로는 취소하기에 부족했다.
KBO 경기 규정 제 27조 '황사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시 경기취소 여부'에 따르면 "경기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어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기상대)으로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하며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KBO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보(400마이크로그램)가 내려지면, 경기 감독관의 재량 하에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기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1세제곱미터당 200~300마이크로그램 수준을 오가면서 주의보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눈 앞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보이지만, 경기가 개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의 감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이런 날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경기하기에는 어렵다"라며 "예전에는 장마철에 감기를 조심해야했는데, 요즘 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이동일에 버스를 타면 창문을 못열고 에어컨을 틀게 된다. 그만큼 선수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 관리를 하기에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LG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 양상문 감독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착용한 것"이라며 "선수들이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선수들 역시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고통을 호소했다. 선수들은 먼지에 유니폼으로 얼굴을 막고 다니기도 했고, 콧물을 흘리며 재채기를 하는 등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구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kt 관계자는 "선수들이 평소보다 입도 많이 헹구고, 기침도 많이 했다"며 "꽃가루까지 많이 날리면서 자체적으로 물을 뿌리는 등 먼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선수 뿐 아니라 관중 역시 미세먼지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많은 관중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관람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김진혁 씨는 "힘들게 표를 예매한만큼 일단 야구장에 왔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라며 "건강에 참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미세먼지에 취소표도 나왔다. 두산 관계자는 "오전부터 해서 약 900여 장의 취소표가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날 프로야구 5경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개시됐다. 저녁이 되면서 미세먼지가 잦아든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까. KBO리그 규정에는 마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포스트시즌 때 선수들이 목토시를 착용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볼 수 있지만, 공식야구규칙에 따르면 '선수는 유니폼 이외의 옷을 입고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는 만큼, 상대의 항의가 있으면 다툼 여지는 있다.
아직 황사로 인해 정규 시즌 경기가 취소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2007년 시범 경기에서 한 차례 있었다. 프로 선수들은 몸이 자산이다. 그만큼 점점 심해지는 황사 속 위협받는 건강 속 미세먼지의 문제는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