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외인, 또 한 번 마주친 딜레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06 06: 35

팀이 발전하는 방향은 원론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더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1~2년간 SK의 외국인 야수 선발 기조도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SK는 5일 대니 워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며 안정적인 수비, 그리고 비교적 높은 출루율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모였지만 애꿎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워스는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렸고, 결국 제대로 개점조차 해보지 못한 끝에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워스의 능력을 살려 내야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SK의 구상 또한 어그러졌다.
SK는 워스를 대체할 후보를 물색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몇몇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상봉 스카우트 그룹장을 비롯한 두 명의 직원이 지난 4월 11일 출국, 미국에 체류하며 막판 리스트를 짜고 있다. 이제 구단의 선택만 남은 분위기다. 외국인 풀을 확보하기 위한 일상적인 출장이었지만, 혹시 모를 워스 및 스캇 다이아몬드의 부진에 대비했다는 점에서 시간을 길게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워스의 경우는 대안을 염두에 두고 후보군 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워스의 포지션과 유사한 중앙 내야수들이 SK의 유심한 관찰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종 리스트에도 이런 선수들이 적잖이 올라갔을 공산이 큰 것이다. 다만 현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수도 부족한데, SK가 쓸 수 있는 실탄이 많은 것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 파격적인 투자는 불가능하다.
한 에이전트는 “시즌이 끝났다면 모를까, KBO 리그에서 당장 통할만한 중앙 내야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MLB에서도 내야 백업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대한 가치는 높다. 수시로 콜업되고, 수시로 내려오는 포지션들이다. 구단들이 되도록 많이 확보하려고 하는 포지션”이라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구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있더라도 이적료가 많이 들 것이다. 요즘 MLB 구단들은 KBO 구단들을 ‘이적료 흥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오프시즌 중 중앙 내야수로 영입됐던 워스나 앤디 번즈(롯데)는 기량 측면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단의 스카우트 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 그만큼 좋은 선수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SK 또한 지난해 헥터 고메즈, 올해 워스까지 두 명의 중앙 내야수를 선발했으나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아예 발상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어차피 SK는 올해보다는 내년을 바라보는 팀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왔을 때 대권을 놓고 싸울 수 있는 팀을 만든다”는 것이 팀의 목표다. 4월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여전히 팀 내 불안요소는 산적해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중앙 내야수를 데려올 바에는, 강타자를 영입해 팀의 가장 큰 장점인 화끈한 장타력을 보강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은 워스 영입 당시에도 있었다. 다만 유격수 자리에 불안요소가 더 크다는 것이 잠정적인 결론이었는데, 워스의 부상으로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공·수 모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중앙 내야수를 영입하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SK는 내년부터는 박승욱이 팀의 완전한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있다. 새 외인은 박승욱의 좋은 우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이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남은 시즌 운영이 어정쩡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실제 번즈의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 이하다. 국내 선수들로 '돌려막기'가 가능할 정도의 선수라면 굳이 손을 댈 필요성이 떨어진다. 
현재까지의 팀 성적도 ‘수준 미달’의 중앙 내야수를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SK는 누가 뭐래도 홈런의 팀이고, 빅볼을 향한 잔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SK는 그 빅볼 야구의 핵심 포지션인 지명타자 부문에서 리그 평균 아래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좌익수도 리그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1루는 기대를 걸었던 자원들의 장타력이 시즌 초반 화끈하지 않다. 오히려 베테랑들의 분전으로 유격수는 평균 이상이고, 2루는 김성현의 반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대개 포지션별 공격 중요도는 지명타자와 코너 내야(1·3루), 코너 외야(좌익수·우익수)가 높은 가중치를 얻는다. 한동민의 대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동민에 대한 견제가 집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코너 외야도 불안요소가 있다. 반대로 중견수, 포수,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는 그 평균값이 상대적으로 낮다. SK가 기존 방향을 고수할지, 혹은 방향을 틀지는 조만간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