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즌 32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 뿐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올 시즌 팀 선발 로테이션의 운영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놨다. 특정 선수가 풀타임 시즌을 의미하는 32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러 변수가 있어 감독이 예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로버츠 감독의 이 대답은 적절한 로테이션 변경으로 투수들의 관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제 류현진도 그 ‘관리’의 대상이 됐다. 다저스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을 엉덩이 부상 치료차 10일 부상자 명단(DL)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첫 승을 따낸 1일 필라델피아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엉덩이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DL에 갈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지면과 충돌이 일어나며 가벼운 뭉침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류현진은 그 이후로도 투구를 재개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알렉스 우드와 훌리오 유리아스의 합류로 일시적인 6인 로테이션이 됐다. 선발 탈락의 위기였던 마에다 겐타가 직전 등판에서의 호투로 생존을 신고한 영향도 있었다.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은 6인 로테이션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이었다. 이번 경우는 팀 내 최고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클레이튼 커쇼의 휴식일이 길어진다는 점에서도 팀에는 손해였다. 결국 가벼운 엉덩이 부상을 핑계 삼아 로테이션 관리에 나선 것이다.
류현진으로서는 아쉽지만, 이는 커쇼를 제외한 다른 투수들에게도 시즌 내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저스는 손가락 물집 증상에 고전하고 있는 리치 힐을 두 차례나 DL에 올린 경험이 있다. 힐의 부상도 부상이지만, 종전 15일에서 올해 10일로 줄어든 DL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15일 DL이라면 2~3차례 로테이션을 거르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10일 DL이면 팀의 휴식일 등 일정이 잘 맞을 경우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걸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류현진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캐치볼, 타격 등 정상적인 훈련 일정을 소화 중인 류현진은 열흘이 지나면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할 것이 유력하다.
선발 자원들이 많고, 또 그 선발 자원들의 부상 전력 또한 많은 다저스로서는 이러한 관리로 선수들의 힘을 시즌 막판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다저스 수뇌부는 지난해 마에다 겐타의 마이너리그 강등 사례에서 보듯 창조적인(?) 로스터 운영으로 유명하다. 현지에서는 “올해도 로스터 운영에 있어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어깨 및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으로서는 득과 실이 모두 있을 수 있다. 일단 복귀 후 사실상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몸 관리는 한결 수월할 수 있다. 큰 부상을 당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이닝과 피로가 쌓이면 쌓일수록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이닝 및 등판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쁘지 않다.
반대로 등판 간격이 불규칙해지면서 찾아오는 손해는 선수가 잘 관리해야 한다. 다저스의 DL 전략은 언제든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찾아올 수 있는 만큼 류현진의 DL행이 이번이 끝이 아닐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의 바람대로 “5일에 한 번씩 던지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팀의 전략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