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 달러 몸값,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 화제의 팀 한화 에이스. 한화 외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는 여러모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매경기 그의 투구 내용에 따라 찬사와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는 사이 오간도는 벌써 7경기를 소화했다. 팀 내 최다 39⅔이닝을 던지며 3승2패 평균자책점 3.63 탈삼진 33개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는 4차례. 시즌 첫 2경기 부진 이후 3경기에서 활약하다 지난달 29일 대전 넥센전 4이닝 11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제동이 걸렸다. 다시 의구심이 피어났다.
하지만 5일 대전 kt전에서 오간도는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 153km 강속구에 슬라이더, 투심을 효과적으로 섞어던졌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어느 정도 적응기에 접어든 오간도는 덤덤하다. 그는 "초반 부진했다고 해서 예민하게, 초조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난 베테랑이고, 그런 부담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선 안 될 입장이다. 내가 초조할 이유가 없다. 맞으면 맞은 것이고, 잘 막으면 막은 것이다"고 무심(無心)을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뛴 베테랑답게 멘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선발투수의 몸이 만들어졌다. 119개를 던진 날에도 지쳤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16개를 던진 적이 있다. 개수는 크게 신경 안 쓴다. 그 후 4일 휴식을 자청한 것도 몸 상태가 괜찮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즌을 치를수록 당일 컨디션과 상대 타자들의 스타일에 맞춰 작은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경기 당일 공을 던졌을 때 타자들의 반응이 다르다. 그에 따라 계산을 한다. 어떤 날에는 느린 구종을 많이 쓰고, 빠른 공을 구사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반에 비해 슬라이더와 투심이 증가했다.
7년간 몸담은 메이저리그를 떠나 머나먼 한국 땅에서 처음 야구를 하고 있는 오간도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새롭다. 그는 "한국은 배트 플립이 보편화돼 있다. (투수로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한국만의 관중 응원 문화도 재미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한국 음식도 이젠 매운 것을 빼고는 거의 잘 먹는다"고 이야기했다.
혹시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오간도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야구를 하고 이야기한 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즘도 시간이 되면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로 챙겨본다"면서도 "어느 곳에 있든 하늘에서 내 위치를 점지해준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든 항상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