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 아프다는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4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김한수 삼성 감독은 '국민타자' 이승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은 말년 병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늘 그래왔듯 한결같은 모습이다.
이승엽은 삼성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한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 배트를 잡고 스윙 훈련을 시작한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조금 쉬엄쉬엄 할 만도 한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2012년 삼성 복귀 이후 줄곧 그랬다. 그는 "집보다 야구장이 더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승엽을 보노라면 가세가 기운 집안의 장남의 모습이 떠오른다. 삼성은 주축 선수들이 잇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각종 악재 속에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이 가운데 이승엽은 타격 부진으로 2군행 통보를 받은 러프 대신 4번 중책을 맡았고 오른쪽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1루수 출장을 자청했다는 후문. 김한수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4번 타자로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김한수 감독은 "이승엽은 오른쪽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웬만해서 아프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데…"라며 "당분간 선발 출장은 힘들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대타로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삼성은 투수들의 연쇄 부진 속에 2-17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 이승엽은 패색이 짙은 9회 1사 후 이원석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오른쪽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은 이승엽이 승부가 기운 시점에 대타로 등장한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이승엽의 대타 출장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강행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승엽이 뛸 수 있는 경기는 115경기(정규 시즌 기준) 남았다. 그라운드를 떠난 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이승엽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한수 감독이 이승엽의 부상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