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라는 말이 달가워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로 나이에 붙는 이 말이 해당 나이를 맞이한 사람들을 괜히 신경 쓰게 하기 때문. 나이가 아닌 기록이지만,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32)에게도 최근 이 ‘아홉수’가 지독하게 따라붙었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강민호는 지난 2015년 포수 역대 3번째 한 시즌 30홈런 기록 달성까지 무려 17경기를 기다려야 했다. 2015년 8월15일 목동 넥센전에서 29호 홈런을 때려낸 뒤 홈런포는 감감무소식이었고, 결국 달을 넘긴 9월10일 사직 삼성전에서 대망의 30홈런을 달성했다. 강민호가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린 대표적인 사례였다.
최근 강민호는 다시 한 번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다. 지난 4월 11일 문학 SK전에서 통산 199호 홈런을 때려냈다. 강민호는 이 홈런을 필두로 당시 SK 3연전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격 페이스 하늘을 찔렀다. SK와의 3연전에서 추가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KBO리그 역대 4번째 포수 200홈런 기록은 시간문제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짓말 같이 침묵의 나날이 계속됐다. SK 3연전 이후 4월 타율은 2할1푼4리(42타수 9안타) 2타점에 불과했다. 2루타가 3개는 됐지만 장타율은 0.286에 그쳤다. 담장을 쉽사리 넘기지 못했다. 결국 홈런이 없는 기간은 5월까지 넘어오게 됐다.
강민호의 타격감은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다만 홈런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2일과 3일 수원 kt전에서 7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4일, 강민호는 자신의 감각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답답했던 그간의 나날을 훌훌 털어버리는 결과였다.
0-1로 뒤진 2회초 1사 1루에서 kt 선발 류희운과 3B1S 승부에서 5구 146km 빠른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역전 투런포(비거리 105m)를 터뜨렸다. 무려 19경기 만에 아홉수를 탈출하는 통산 200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00홈런을 때려낸 것과 더불어 강민호는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 페이스가 완전히 회복됐음을 알렸다. 경기 후 강민호는 “200홈런이 칠 때가지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의연하게 말했지만, 홈런이 없던 긴 시간이 강민호를 괴롭혔던 아홉수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강민호는 다시금 롯데 타선의 중심에 편입되어야 한다. 이대호와 함께 다시금 롯데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최근 이대호의 타격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닌 상황이다. 그동안 이대호에게 너무 많은 짐이 쏠려 있었고, 힘에 부치는 기색도 역력하다. 이 기간 강민호의 역할이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강민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만큼 롯데 타선과 함께 다시 비상할 일만이 남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