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여기서 살아남았겠어요."
최근 4년간 유희관(30)은 거침없이 달려왔다. 지난 2009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입단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 군 제대 후인 2013년 10승 7패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두산의 주축 선수로 자리 매김했다.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그는 지난 2015년에는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5승 6패 평균자책점 4.41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역시 유희관의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다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유희관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준 비결에 대해서 "사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하던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4년 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올 시즌 키워드 역시 '하던대로'다. 유희관은 "나는 제구력 위주의 투수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화를 주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라며 "몸무게는 지난해보다 3kg정도 뺐는데, 좀 더 경쾌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유희관은 구단에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창원 NC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그는 8이닝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동시에 통산 56승 째를 거두며 역대 두산 소속 좌완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5년 두산 소속 좌완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달성한 그는 꾸준히 구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가고 있었다. 유희관은 "두산에 입단했을 때는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영광인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입단 9년 차. 어느덧 유희관 밑에는 많은 후배 투수들이 들어왔다. 강속구 투수가 주목받은 야구판에서 130km/h 대의 느린 공과 명품 제구력 KBO리그에 '느린 공을 가진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유희관은 많은 후배들의 좋은 롤모델이다. 특히 팀에는 '우완 유희관'이라는 별명을 가지며 자신과 닮은 꼴 투수 신인 김명신도 있다. 자연스럽게 선배 투수로서의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임무가 생겼다.
유희관 스스로도 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제 나 자신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를 이끄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희관은 후배들에게 "어떤 타자가 나와도 가지고 있는 공을 자신 있게 던지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130km/h 대의 공을 가진 내가 어떻게 살아남겠나"라고 반문하며 웃어보였다.
올 시즌 목표는 시즌 완주다. 올 시즌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희관은 "내가 지난해 보다 많은 승리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걸어도 이 부분은 운이 따라야 한다. 내가 목표로 삼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나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놓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지난 2년 간 우승을 했으니 올해에도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