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20대 중반의 선수. 그러나 임찬규(25)의 시선은 오랜 시간 LG에서 활약하는 'LG맨'에 향해 있었다.
임찬규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LG는 임찬규의 호투와 17안타 6사사구를 얻어낸 타선의 집중력으로 NC를 13-0으로 눌렀다.
데뷔 첫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임찬규는 이날 경기로 평균자책점을 1.30까지 떨어뜨리며 규정이닝에 ⅓이닝 부족한 '장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임찬규는 '요즘 왜 이렇게 잘 던지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러게 말이다. 나도 신기하다"라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당연한 얘기지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게 호투 이유다. 예전에는 변화구가 빠지거나 반대투구가 되면 무조건 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면서 볼카운트가 유리해졌고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겸손의 목소리를 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변화구의 위력이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까지 체인지업과 커브 두 구종 모두 효과를 보는 날이 적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두 구종 모두 힘을 내며 호투로 이어지고 있다. 임찬규는 "사실 오늘도 커브가 좋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하지만 이닝 중간마다 불펜에서 커브 제구를 잡으려고 신경 썼다. 그 점이 주효했다"라고 복기했다.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도 쏠쏠히 쓰고 있다. 임찬규는 3일 경기서 슬라이더 7개를 던졌다. 구사은 8%에 그치지만 땅볼 유도 효과를 노렸다.
기술적인 변화만큼이나 인상적인 점은 정신적인 변화다. 올 시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바로 위기관리 능력.
임찬규는 올 시즌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이 무려 9푼1리(33타수 3피안타)에 그친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16타수 무피안타로 '제로'다. 임찬규는 이에 대해 "예전에는 주자가 나가면 신경 쓰느라 밸런스 자체가 흔들렸다. 지금은 다르다. '줄 점수는 주고 타자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이자 7이닝 이상 투구.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임찬규는 이닝 소화에 큰 방점을 찍지 않고 있었다. 그는 "'길게 던지자'라고 생각할 때면 초반 성적이 어김 없이 안 좋았다. 내 목표는 5이닝 투구다. 그저 눈앞의 이닝만 신경 쓴다. 이후 6회부터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는 조금 더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임찬규의 이날 경기 투구수는 87구. 완투도 충분히 노려볼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시즌은 길다. 감독님께서 교체 지시를 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느 정도 팀에 보탬이 되는 투구를 했다면 좋았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찬규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유강남은 지난 시즌까지 임찬규의 단점으로 '흥분'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임찬규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 흥분해 투구 템포를 잃는 경우가 잦았다고. 임찬규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 임찬규는 "인터벌을 짧게 해 빠른 템포로 타자를 상대하는 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부분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무너졌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둘러싼 '지원군' 칭찬을 이어갔다. 임찬규는 "조금 더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그럴 때면 뒤에서 (오)지환이 형이 조절해준다. 앞에는 강남이. 뒤에는 지환이 형이 있으니 듬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호투. 임찬규는 여전히 '이게 진짜 실화인가. 이게 내 기록인가'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찬규의 시선은 시즌 중후반으로 향했다. 그는 "한 시즌 치르면서 난타당하는 날은 분명히 온다. 컨디션 좋을 때 많은 이닝을 소화해 점수를 덜 주면 상쇄될 것이다"라고 '큰 그림'을 그렸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2.82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타격은 여전히 아쉽지만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자연히 팀 분위기도 좋다. 임찬규는 "정말 매 경기 긍정적이다. 전날 경기에서 패했는데도 분위기가 좋았다. 실책으로 인한 패배나 난타당한 경기가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선발진과 불펜 할 것 없이 분위기가 좋으니 야구 할 맛 난다"라고 자랑했다. 이어 그는 "로테이션상 내 앞 경기는 (류)제국이 형, 다음 경기는 (차)우찬이 형이 나선다. 얼마나 든든한가. 그저 내 역할만 신경쓰면 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임찬규는 LG 세대교체의 기수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영건'에서 벗어나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임찬규는 "배터리 강남이와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다. 둘 모두 2012년에 참 힘들었다. 지금은 나도, 강남이도 성장한 것 같다"라며 "나와 강남이 모두 젊다. 앞으로 긴 시간 동안 LG에서 좋은 성적 올리고 싶다"라는 목표까지 전했다.
임찬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 선발이 판타스틱4라면 우리는 어메이징5다"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데이비드 허프의 공백에도 선발진의 활약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자신의 발언만큼 '어메이징'한 활약을 펼치는 임찬규는 그 중심에 서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