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이용규, 8주짜리 손목 부상 악재
국가대표 보상일수 123일, FA 재취득 무난
지독한 불운이다.
한화 주장 이용규(32)가 또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용규는 지난 3일 병원 검진 결과, 오른 손목 골절로 재활 소요기간 8주 진단을 받았다. 2일 문학 SK전에서 8회 1사 3루에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한 뒤 1루로 뛰어가던 중 베이스를 잘못 밟아 넘어졌고, 오른손으로 땅을 짚다 손목이 꺾인 것이다.
이용규에겐 지긋지긋한 부상 악몽이다. 이미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왼쪽 팔꿈치 염좌로 개막 20일이 지난 뒤에야 합류했다. 1군 합류 후 한동안 타격감을 찾지 못해 헤맸지만,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시점에 찾아온 부상이라 팀이나 개인으로나 아쉬움이 아주 크다.
4번타자 김태균이 햄스트링 근육손상으로 빠진 한화는 이용규마저 이탈함으로써 야수진 전력 손실이 커졌다. 2~3주 재활이 필요한 김태균은 이달 중으로 복귀가 가능하지만 이용규는 빨라야 7월초에 돌아올 수 있다. 공수주 모두 비중이 큰 선수라 공백 기간에 한화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용규 개인적으로도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지난 2013년 11월 한화와 4년 총액 6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이용규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지 않아 4년 정도 정상급 활약이 가능한 선수라 수요가 높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인해 당장 FA 자격 요건이 되는 등록일수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예정인 이용규는 올해 1군 등록일수가 14일뿐이다. KBO리그는 정규시즌 현역선수 등록일수가 145일 이상 되어야 한 시즌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따지면 이용규는 131일을 더 채워야 FA 가능하다. 부상 공백기를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FA 일수를 채우기 어렵다.
하지만 이용규에겐 국가대표팀 혜택이 남아있다.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는 소집기간이 FA 자격일수에 포함된다. 리그 규정이 바뀌기 전인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에 힘입어 전기간을 보상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WBC는 성적에 관계없이 소집기간 전부 등록일수에 적용키로 규정이 바뀌었다. 이로 인해 이용규는 각각 40일, 28일, 28일, 27일로 총 123일을 벌었다.
KBO 관계자는 "이용규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받은 보상일수를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1군 등록일수 14일을 더하면 지금까지 137일을 채웠다. FA 등록일수까지는 8일만 채우면 된다"고 밝혔다. 큰 문제가 없는 한 부상 복귀 후 무난하게 FA 재취득이 가능하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뛰어온 이용규는 FA 시즌에 보상일수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뜻하지 않은 부상 불운에도 FA 일수 문제로 무리하게 조기 복귀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2013년부터 5년째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매년 20경기 이상 결장하고 있는 점은 이용규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