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5.5 선발’, 영건 관리+송승준 부활의 접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5.03 05: 50

6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라고 하기 에는 불완전 하다. 5.5 선발진 체제가 맞는 듯하다. 그리고 롯데의 지금과 같은 5.5선발 체제에서 롯데 선발진이 추구한 목적을 달성하고 최상의 결과까지 만들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 6-0 완승에 이어 2일 수원 kt전에서 9-0 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무엇보다 이 2경기의 가장 큰 의미는 롯데 조원우 감독이 계획했던 영건 선발진의 체력 관리, 그리고 베테랑 송승준의 부활의 접점을 모두 찾았다는 것이다.
롯데의 토종 선발진은 사실 물음표 투성이었다. 박세웅을 비롯해 김원중, 박진형 모두 만 24세 이하의 젊은 투수들이었다. 풀타임 선발로서 경험이 없기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이는 투구내용의 꾸준함과도 관련이 되어 있었다. 조원우 감독은 시즌 전부터 “아직 우리 영건 선발진들이 풀타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막 이후 나타날 문제점을 미리 내다봤다. 하지만 대안도 일찌감치 마련했다. 정규시즌 선발진 운영 방안의 청사진을 그려 놓았다. 베테랑들을 영건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때쯤 선발진에 투입하는 것이다.

조원우 감독이 짜놓은 선발진 계획을 실행할 시기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최우선 후보는 송승준이었다. 선발 경험이 풍부했던 송승준이 지난해 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빠른 재활 속도를 보인 이유가 컸다. 우선 시작은 불펜이었지만 선발 출격 명령은 언제나 대기하고 있엇다.
김원중이 다소 아쉬운 투구 내용을 거듭하자 지난달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김원중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였고, 주 2회(화요일, 일요일) 등판을 해야 하는 사정도 있었다. 김원중의 자리를 우선 송승준이 채우는 것이었다. 물론 조 감독 구상의 첫 번째 퍼즐은 송승준의 호투였다.
지난 달 25일 사직 한화전, 송승준은 시즌 첫 선발 기회에서 5⅔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고 체력을 회복한 김원중도 지난 30일 잠실 두산전 6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같은 방식으로 롯데는 박진형을 지난달 27일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박진형도 이닝을 거듭할수록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또한 이번엔 박진형이 주 2회 등판 차례이기도 했다. 송승준은 2일 수원 kt전 다시 한 번 선발 마운드에 올랐고 8이닝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 관리 계획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완전한 6선발 체제는 아니다. 조원우 감독 역시 “6선발 체제는 우리 전력에 무리다. 우리는 완투형 투수가 없어서 불펜을 많이 가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6선발을 하려면 불펜 투수를 한 명 줄여야 하는 만큼 선발진이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롯데 선발진에는 확실한 이닝 이터로 불릴만한 선수들이 없다. 최대 7이닝 정도가 한계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한 한시적 6인 선발 체제, 즉 5.5선발 체제에서는 불펜 투수들의 관리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조원우 감독의 구상한 계획의 또 다른 소득은 바로 송승준의 부활이었다. “우리 팀에서 언젠가는 꼭 해줘야 하는 베테랑”이라는 인식이 컸던 송승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송승준의 활약상은 미진했다. 결국 롯데 선발진도 베테랑이라는 버팀목 없이 순수 영건들로만 꾸려져야 했다. 선발진이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러나 송승준이 과거와 같이 공격적이고 피해가지 않는 승부를 통해 젊은 투수들의 본보기가 됐다. 투구 수도 95개에 불과했을 정도다. 팀이 필요할 순간 선발진의 해결사 역할을 송승준이 해낸 것이다.
물론 언젠가 이 계획이 한 번은 삐끗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롯데는 시즌 초반, 영건 선발진의 조기 붕괴 위험을 벗어나게 하고, 베테랑 송승준의 부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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