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강이가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달라진 점? 딱 하나, 바로 '멘탈'이다". NC 최금강(28)의 동갑내기 '배터리' 포수 김태군(28)의 이야기다.
최금강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금강이 버텨주자 0-1로 뒤진 7회 재비어 스크럭스가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NC는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LG를 2-1로 간신히 눌렀다.
개막 당시 최금강의 보직은 선발투수. 하지만 지난 4월 4일 한화전서 2⅓이닝 4자책으로 뭇매를 맞은 뒤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불펜에서도 최금강은 4경기 7⅓이닝 평균자책점 7.3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그는 NC 팀 사정상 다시 선발로 나섰다. 그때부터 최금강이 달라졌다. 최금강은 20일 롯데전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 데 이어 26일 kt전서 7이닝 1실점, 2일 LG전서 6이닝 1실점으로 내리 승리를 맛봤다. 세 경기서 1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50으로 NC의 시즌 초 순항에 일조하고 있다.
2일 경기 후 만난 김태군은 최금강의 차이를 오직 하나, 멘탈에서 찾았다. 김태군은 "사실 시즌 초 부진할 때나 지금 잘 던질 때나 구위나 제구는 비슷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라진 거라고는 멘탈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최금강 역시 같은 분석이었다. 최금강은 이날 경기 3회까지 45구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22개)보다 볼(23개)이 더 많았다. 변화구는 이른 타이밍에 떨어져 김태군이 원바운드 포구하기 바빴다. 그러나 4회부터 확 달라졌다. 최금강은 "(김)태군이가 3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잠실야구장은 엄청 크다. 홈런 맞아봤자 1점이다. 그냥 스트라이크 던져라'라고 하더라. 본인이 저렇게 얘기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태군이 탓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웠다"라고 호투 이유를 설명했다.
흔들리던 최금강의 멘탈을 잡아준 김태군의 한마디였다. 숨은 조력자는 한 명 더 있었다. 우진희 고양 다이노스 멘탈 코치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인 우 코치는 이미 타 종목에서 멘탈 코치로 이름을 알렸다. NC와 인연을 처음 맺은 건 지난해. 우진희 코치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기적으로 NC 퓨처스팀이 있는 고양에 방문해 선수들과 '에너지업 타임'을 진행 중이다. NC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에너지업 타임은 일반 심리 상담과 차이가 있다. 단순히 선수들의 멘탈 상담을 넘어 개인적인 고민이나 자기 관리 방식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선수들이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선수단 숙소에 '에너지충전실'로 명명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NC 관계자는 "정서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이다.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우 코치를 찾는다"라고 밝혔다.
최금강은 에너지업 타임의 가장 큰 수혜자다. 우진희 코치는 지난 20일 최금강이 시즌 첫 선발승을 올린 날, 경기에 앞서 사직구장을 찾았다. 최금강은 "등판 직전에 우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흔히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고민을 털어놓은 뒤 '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세요!' 이런 식의 조언을 듣는 게 전부 아닌가. 과거에도 몇 번 받아봤는데 큰 효험이 없었다. 하지만 우진희 코치님과 대화는 개인적인 고민부터 일상적 얘기까지 나누니까 오히려 야구에 도움이 됐다"라고 예찬을 늘어놨다.
수혜자는 최금강뿐만 아니다. 구창모나 박민우도 에너지업 타임으로 멘탈을 단련했다. 젊은 선수가 많은 NC 특성상 우진희 코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우진희 코치의 에너지업 타임부터 최금강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서 체크하는 김태군까지.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가 자칫 흔들릴 법한 상황에서 버틴 건 조력자들의 도움이 컸다.
NC가 추구하는 '하나된 팀'은 선수들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돌보는 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