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로치(kt wiz)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에 입단한 로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당초 1선발급이 되지 못할 2선발급 투수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로치는 6경기에 출장해 36이닝 15실점(11자책)을 기록해 2.75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승리가 2승밖에 안 된다는 것. 로치는 지난달 19일 KIA 타이거즈전 승리 이후 두 차례 경기서 모두 패배했다. 하지만 로치에게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패배한 2경기서 로치는 11이닝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3.27)에 그쳤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수비에서의 지원도 적은 영향이다. 로치는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 덕분에 많은 땅볼을 생산하기 때문에 내야 수비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kt 김진욱 감독도 인정하는 바다. 김 감독은 "로치가 처음에 뛸 때는 수비가 그렇게 잘했다. 그래서 로치가 등판하는 날에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해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비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는 라인업을 짜면 악영향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달 13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 당시 kt는 7-6으로 이겼지만, 로치가 5이닝을 뛰는 동안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로치는 5이닝 5실점을 했지만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넥센전에서 점수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냈더니 실책만 4개가 나왔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로치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로치는 라인업 구성이 내 고유 권한이니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전날 경기서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재미를 본 김진욱 감독은 로치가 등판함에도 같은 라인업을 가져갔다. 그런 상황에서 이진영이 2회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결국 5회 수비에서 실책이 나왔다. 1루 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던진 로치의 공이 1루수 뒤로 향한 것. 이 실책은 실점의 빌미가 됐고 로치는 5회가 끝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공식 기록은 로치의 실책이지만, 1루수가 잡았어야 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김 감독도 "(1루수) 유민상의 수비가 약해서 심우준을 3루로 보내고 오태곤을 1루로 보냈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 그래서일까. 좀처럼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는 로치도 화를 냈다. 더그아웃 뒤에서 욕을 하면서 물건을 걷어찼다.
김 감독은 "로치가 나중에 찾아와서 사과를 하길래 괜찮다고 했다. 팬들이 보는 곳과 카메라가 없는 곳은 괜찮다고 말했다. 대신 다치지만 말라고 했다. 그런 것이 프로페셔널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라인업을 그렇게 내서 실책이 나와 미안할 뿐이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6차례 로치의 등판에서 장점을 확인했다. 로치는 6경기서 4차례 퀄리티 스타트(QS)와 2차례 QS+를 기록했다. 3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도 없다. 기복 없이 꾸준함만 있는 만큼 미래도 밝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좋아지면 승률이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