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투형 투수가 없어서 불펜을 많이 가용해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이 2일 kt wiz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조원우 감독은 송승준이 이날 경기서 호투를 하더라도 6선발 체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선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져 불펜 투수들이 많이 뛰어야 하는 아쉬움이 바탕에 깔렸다.
기록만 놓고 보면 롯데의 투수진은 훌륭하다. 27경기 239이닝 108실점(103자책, 평균자책점 3.88)으로 KBO 리그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선발 투수진은 평균자책점 3.49을 기록했다. 롯데의 불펜보다 선발진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약점이 있다. 롯데의 선발진은 호성적을 내고 있지만 이닝 소화 능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롯데 선발진이 기록한 27경기 147이닝은 전체 구단 중 6위이며, 27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QS)는 9차례(33.3%), QS+는 4차례(14.8%)에 그쳤다. 반면 퀵후크는 12차례로, 전체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조원우 감독이 송승준이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도 불펜에서 역할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조원우 감독은 송승준이 불펜에서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는 역할을 맡길 바란 것. 조 감독은 "6선발 체제는 우리 전력에 무리수다"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만 37세의 송승준은 조금씩 선발 투수로서의 이닝 소화 능력이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2일 kt전은 달랐다. 송승준은 근래 보기 힘든 투구를 선보였다. 결과는 8이닝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송승준의 완벽한 투구에 롯데는 큰 어려움 없이 9-0으로 승리를 거뒀다. 승리 외에도 롯데는 송승준이 많은 이닝을 소화한 덕분에 불펜 투수를 김유영밖에 기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유영은 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우연하게도 조원우 감독이 이닝이터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에서 송승준이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셈이다. 그러나 송승준이 갑자기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주기적으로 임시 선발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송승준이 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조 감독은 경기에 앞서 "(김원중과 박진형이) 한 주에 2회 등판이 걸릴 때 (송승준의 등판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