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자욱(삼성)의 웃음이 부쩍 줄었다. 경기 전후 구자욱을 볼때마다 표정이 어둡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단 관계자는 "구자욱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올 시즌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보니 그럴 수 밖에. 구자욱은 1군 무대 3년차를 맞아 KBO리그를 씹어 먹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현재 타율 2할6푼(104타수 27안타) 4홈런 11타점 15득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1할8푼8리에 불과할 만큼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한수 감독은 구자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껏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득점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이 큰 것 같다"는 게 김한수 감독의 진단.
구자욱은 지고는 못 살 만큼 승부 근성이 강하다. 외모에서 알 수 있듯 평소에는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지만 승부가 시작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러나 득점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스스로에게 화가 날 법 했다. 김한수 감독은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죄책감이 큰 것 같다"면서 "(구)자욱이는 얼굴 표정을 보면 다 안다.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한수 감독은 지난달 28일 대구 SK전 패배를 두고 두고 아쉬워 했다. 구자욱은 이날 데뷔 첫 멀티 아치를 터뜨리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1회 2사 주자없는 가운데 SK 선발 박종훈의 1구째를 받아쳐 우중월 솔로 아치(비거리 125m)로 연결시켰다. 시즌 3호째.
그리고 구자욱은 1-5로 뒤진 5회 박해민과 강한울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서 박종훈의 4구째를 잡아 당겼고 오른쪽 펜스 밖으로 넘겨 버렸다. 하지만 접전 끝에 5-7로 패하는 바람에 빛을 잃었다. 김한수 감독은 "구자욱이 홈런 2개 쳤을때 참 좋았는데. 본인의 활약에 의해 이겼다면 (타격감 회복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했을텐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구자욱은 2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5호 아치를 그렸다. 1회 2사 주자없는 가운데 첫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두산 선발 유희관과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직구(131km)를 잡아 당겨 105m 짜리 우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지난달 28일 SK와의 홈경기 이후 4일 만의 홈런.
5월 첫 경기 첫 타석에서 호쾌한 대포를 쏘아 올린 구자욱이 부담감을 떨쳐내고 다시 한 번 비상할까.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야잘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