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선발진 완전체 구성에 또 실패했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 원동력을 꼽으라고 하면 탄탄한 선발진을 들 수 있다. 두산은 '타고투저'였던 지난해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하며 2위 KIA(ERA 4.74)에 크게 앞선 전체 1위를 달렸다. 특히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구성된 '판타스틱4' 선발진은 지난해 모두 15승 이상을 거두며 70승을 합작해 역대 최강 선발 투수진임을 증명했다.
시즌 종료 후 두산은 니퍼트, 보우덴과 모두 재계약을 무사히 마쳤다. 여기에 유희관과 장원준도 특별한 부상없이 시즌을 준비해 올 시즌 역시 '판타스틱4'는 그대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달 2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투수로 예정돼 있던 보우덴은 하루 전 불펜 피칭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검사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보우덴의 시즌 첫 등판을 불발됐고, 보우덴은 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보우덴은 지난 21일 인천 SK전에서야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할 수 있었다. 약 50개의 투구수 제한 속에 보우덴은 2⅓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가장 좋았을 때와 비슷한 148km/h까지 나왔다. 피칭을 마친 뒤에 보우덴은 "어깨에 통증이 없다. 다만 밸런스가 다소 좋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시범등판'을 절반의 성공 속에 마친 보우덴은 27일 시즌 두번째 등판을 했다. 이번에도 구속은 149km/h까지 나왔지만, 3회부터 흔들리면서 4이닝 6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을 당했다. 김태형 감독은 "공은 좋았는데,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듯했지만, 보우덴의 등판은 기약없이 밀렸다. 원래대로라면 3일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보우덴은 경기가 없는 지난 1일 두번째 말소를 당했다. 이번에도 어깨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두산 관계자는 1일 "4월 30일 불펜 피칭 22개를 소화했는데, 이후 어깨 상태가 안 좋아졌다. 1일 MRI 검진을 하고, 2일 정영외과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라며 "검진자료를 미국으로도 보내서 국내와 미국 검진 결과를 종합해서 주사치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큰 문제는 첫 번째 이탈과 달리 보우덴의 공백을 채울 선수도 미지수다. 지난달 보우덴의 공백은 고원준과 김명신이 막았다. 처음으로 경기에 나섰던 고원준은 제구에 문제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 두 경기 선발 등판 후 1군에서 말소됐지만, 이후 기회를 받은 김명신은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김명신은 지난달 15일 NC전에서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데뷔 승을 선발 승으로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타구에 얼굴을 맞으면서 광대뼈 골절상을 당했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보우덴의 대체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원은 일단 1군에 있는 박치국, 이현호를 비롯해 현재 2군에서 선발로 나서는 고원준, 안규영, 조승수 등이 있다.
보우덴이 다시 이탈하면서 두산은 선발진 완전체 구성을 미루게 됐다. 니퍼트와 유희관이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불행 중 다행으로 함덕주가 5선발로 자리를 완벽하게 잡아주고 있지만, 장원준이 최근 3경기 연속 흔들리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초반부터 빠르게 승수를 쌓아갔던 두산은 4월을 12승 1무 13패로 5할을 채 맞추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두산의 선발 야구는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