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투수 미첼, 1루수 봤다가 마운드 복귀한 사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5.01 18: 11

경기 중 투수가 1루수를 봤다가 다시 마운드에 복귀하는 희귀한 장면이 나왔다.
뉴욕 양키스 투수 브라이언 미첼(26·뉴욕 양키스)은 1일(한국시간) 뉴욕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볼티모어전에서 기상천외한 경험을 했다. 그는 9회초 등판해 볼티모어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양키스와 볼티모어는 4-4로 맞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양키스 투수코치 래리 로스차일드는 미첼에게 다가가 돌연 “1루수를 봐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좌완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올려야 하는 상황. 우완투수 미첼을 강판시키면 연장전에 이어 던질 투수가 없었다. 미첼을 다시 한 번 쓰려고 황당한 제안을 한 것.

미첼은 제안을 수용했다. 그는 1루수였던 그렉 버드에게 글러브를 빌려 1루수로 출전했다. 10회초 볼티모어의 공격에서 1루수 앞 평범한 파울 뜬공이 나왔다. 당황한 미첼은 바람에 휘어지는 공을 잡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심기일전한 그는 다시 발생한 똑같은 상황에서 파울팁을 처리해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첼의 활약에 양키스는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11회초 양키스는 다시 한 번 미첼을 마운드에 올렸다. 미첼은 마크 트럼보와 웰링턴 카스틸로에게 연속 타점을 내줬다. 양키스는 11회 승부 끝에 4-7로 패했다.
패전투수가 됐음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미첼에게 쏠렸다. 그는 “재밌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 1루수를 처음 해봤다. 투수코치가 1루를 본 적이 있냐고 하더라. ‘예, 오래 전에 했었죠. 볼 수는 있어요’라고 했다. ‘좋아! 글러브를 가져와’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양키스 투수가 경기 중 포지션을 바꾼 경우는 1983년 캔자스시티전 론 기드리 이후 미첼이 처음이다. 당시 기드리는 투구를 하다 중견수를 봤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서 투수가 1루를 본 것은 1989년 밀워키의 척 크림이 마지막이었다.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은 “사실 우리가 9회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투수가 부족하다. 다른 투수들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았다. 미첼을 1루로 보내는 게 내가 생각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해명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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