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의 최대 화두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였다. 최근 KBO리그에서 이어졌던 ‘타고투저’ 현상, 그리고 시즌에 앞서 열린 안방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졸전 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이 적용된지 한 달이 지났다.
반가움의 의견도 있고 아직까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다. 투수들에게 유리해지면서 타고투저의 흐름이 꺾일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 일관성과 심판들마다 다소 틀려 타자들이 혼란을 느낀다는 말도 나왔다. 반가움과 혼란이 공존하는 과도기인 듯하다. 남은 시즌 숙제이기도하다. 감독, 코치, 선수 등 현장이 말하는 새 S존을 들어보았다.
▲ ‘넓어진 S존’ 현장은 반색한다
2017시즌도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즌 전 공언했던 스트라이크 존은 실제로 넓어졌다. 차이는 투수들과 타자들의 표정으로만 봐도 확인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일단 투수들이 유리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반가움을 표시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우선 현재의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반색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경문 NC 감독은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확대에 대찬성이다. 위아래뿐만 아니라 양 옆으로도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투수들에 유리하긴 하다. 조금씩 중요한 포인트에서 투수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의 생각도 마찬가지. 이 코치는 “생각보다 더 넓어졌다. 타고투저 흐름이 꺾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시즌 130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자책점은 4.38이다. 지난해 131경기 기준 평균자책점 4.36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9이닝 당 볼넷이 3.05개로, 지난해 3.78개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이닝 당 투구수가 17.2개에서 16.7개로 적어졌다. 공 1개의 차이로 기류를 바꿀 수 있는 야구의 종목 특성상 현재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면서 타자들도 좀 더 공격적인 타격을 펼치게 되는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현상이다.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투수들의 투구 수를 줄이면서 수 싸움에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것이 사실이다.
심판진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포수들의 얘기도 승부를 펼치는 데 편하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A 구단의 한 포수는 “포수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B 구단의 또 다른 포수는 “지난해보다 훨씬 넓어졌다. 타자 입장에서는 지난해보다 나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간다. 지금처럼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 ‘복잡한 머릿속’ 일관성이 야기하는 혼란
그러나 반가움 이면에는 혼란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반기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립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특히 타자들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 확대 이후 머릿속에 더 복잡해졌다. 일관성의 문제를 꼽았다.
C 구단의 한 타자는 “존이 분명히 넓어졌다. 아무래도 투수 쪽에 유리한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전 타석에서 잡아준 코스를 이후 타석에서 안 잡아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공은 보통 '확대된 영역'으로 향하는 공이다. 아직 혼란기인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D 구단 한 타자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것이 많이 느껴진다.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 상황, 사람에 따라 바뀌는 느낌이다. 존에 통과하지 않고 선에 살짝 걸쳐서 들어오는 공들도 스트라이크 잡아주면 잘 치는 타자들이 아닌 이상 버티기 어렵다. 그런 공 하나둘 잡아주면 타자는 말린다. 쳐도 안 좋은 타구들이다. 타자들이 여러모로 불리해졌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도 없지 않다. E 구단의 타자는 “급해진 게 사실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커트 하려고 노력한다. 그전에는 2스트라이크라도 내 존 만 지키면 됐는데, 심리적인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투수 파트의 관계자들, 그리고 현장의 포수들도 이 부분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투수들이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 큰 명제다. F 구단의 코치는 “스트라이크존 공간을 넓히고 좁히는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 없다”면서 “다만 일관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 이게 선수들한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스트라이크존 넓혔다고 했지만 룰 자체가 바뀐 건 아니다, 룰 대로 타자 무릎에서부터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 그거 자체는 변경 없이 단순하게 넓혔다는 건 좀 그렇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G 구단 포수의 생각도 일관성 부분을 콕 찝어 말했다. 그는 “넓어진 것 같은데 일관성이 부족하다. 위로 늘어간 것도 있는 반면 옆으로 늘어난 심판도 있다. 헷갈린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몇몇 투수들의 생각은 스트라이크 존 변화의 체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H 구단의 한 투수는 "솔직히 말해서 큰 효과는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양 옆을 많이 사용하는데, 지금의 스트라이크 존은 위 아래로 늘어난 만큼,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 높은 쪽을 활용하겠다고 높은 공을 던지게 되면, 자칫 장타로 이어진다. 때문에 지금의 존에 대한 특별한 이점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I 구단의 투수 역시 “작년과 비교했을때 큰 변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주심마다 스트라이크존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올해 들어 그 차이가 더 커진 느낌이다“고 전했다.
그동안 KBO리그는 투수와 타자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만연했다. 협소했던 스트라이크 존도 영향을 끼치면서 타고투저의 흐름이 완연했다. 일단 스트라이크 존 변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것은 맞다. 하지만 반가움과 혼란의 과도기를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은 한 시즌을 지켜보면서 새 S존에 적응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