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 그러나 서로의 입장은 명확하게 차이가 있었다.
지난 4월 29일 두산과 롯데가 시즌 2차전 맞대결을 펼친 잠실구장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한국에 복귀한 이대호가 퇴장을 당한 것이다. 선수와 심판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서 비롯된 퇴장이었다.
4회초 2사 1,2루에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장원준이 2구 째로 던진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공은 홈플레이트를 강하게 때린 뒤 위로 떴고, 박세혁이 공을 잡아 이대호를 태그했다. 심판의 판정은 아웃.
이대호는 파울이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어필했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이대호는 헬멧과 보호장구를 벗어 다소 신경질적으로 더그아웃 앞으로 던졌고, 심판은 이대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퇴장 당시 심판진은 "만원 관중 속에 모범이 되어야 할 선수가 헬멧을 집어던지는 등 판정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퇴장 사유를 설명했다.
이대호의 퇴장이 나온 규칙은 다음과 같다.
야구규칙 9.01조 심판원 (d)항에 따르면 '각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선수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 출전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고 돼있다. 또한 9.02조에 (b)항에는 '심판원의 재정이 규칙에 위배될지도 모른다는 합당한 의심이 있을 경우 감독만이 그 재정에 관하여 올바른 규칙 적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4.06 경기 중 금지사항 (a)항에 따르면 '말이나 사인 등으로 관중의 소란을 부추기는 행위'.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을 하는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에게 고의로 접촉'하는 경우 심판은 퇴장을 선언할 수 있다.
즉, 심판진은 9.01조 (d)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의 근거해 이대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대호의 입장
이대호는 억울해 했다. 퇴장 당한 다음날 이대호는 "어제 4회의 타석은 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타석이었다. 나는 파울이라고 생각하고 심판은 페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찬스에서 아웃을 당해서 화가 나있던 부분도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퇴장 상황에 대해서 이대호는 "헬멧을 던졌을 때 주심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3루심이 와서 '뭐하는 행동이냐'고 이야기해서 '수비를 나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내가 팬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했다며 퇴장을 줬다"라며 "나는 팬들을 자극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다른 잡음이 없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나오도록 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서 이대호는 "헬멧을 던졌을 때 주심이 이야기했으면 내가 잘못했으니 인정을 한다. 그런데 다른 심판이 와서 지적했다는 부분이 이해가 안됐다"라며 "퇴장을 주기 전에 주의를 준다거나 하는 대화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격양된 모습으로 다가와서 지적했던 부분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심판님들도 같이 야구를 하면서 고생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볼 판정에 대해서 최대한 반응하지 않고, 심판분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다만 선수들도 동업자인데, 조금은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며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는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서 죄송하다"고 했다.
▲심판진의 입장
심판진 역시 수많은 오해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심판진은 "우선 일단 파울과 페어 판정에 대해서는 이대호는 스윙한 후 머리 뒤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본인은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규칙(9.02조 b항)에 따라도 판정에 대한 항의는 감독만이 할 수 있다. 그래도 확인 차 한 번쯤 물어볼 수는 있는데 한참을 옥신각신했다"고 당시 판정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3루심이 퇴장을 내린 것도 오해라고 밝혔다. 심판진은 "어제는 심판팀장인 박기택 심판이 2루심을 봤다. 박기택 심판이 와서 감독과 이야기를 하는데, 이대호가 헬멧을 던졌다. 그래서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고, 3루심은 이 사실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정에 대한 항의가 없이 단순히 삼진을 당했다거나 자신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보이며 헬멧을 던진 경우는 충분히 이해한다. 퇴장 사유도 아니다. 그러나 판정에 대해서 한참 항의를 하다가 들어가면서 헬멧을 던진 부분은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과하다 싶으면 퇴장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말과 주머니에 손을 넣은 태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권위적' 행동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판진은 "올해부터 심판부는 선수단에 반말을 쓰지 말자고 매뉴얼에 넣었다. 또한 매뉴얼에 어필 상황에서 팀장이 감독과 이야기할 때 팀원이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정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경기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3루심 박종철 심판이 이야기를 하기에 그것을 제지한 것"이라며 "이대호가 퇴장에 대해 항의할 때도 '왜 퇴장인지는 감독님께 설명드릴 테니 들어가세요'라고 존댓말을 쓰면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기택 심판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은 2루심은 항상 초시계를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독의 항의가 5분 이상이 되면 퇴장 사유다. 이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서 주머니에 손이 가 있었다. 또한 조원우 감독님에게도 5분이 넘으면 퇴장이라는 규칙도 말씀드렸다"라며 "절대로 권위나 감정을 앞세운 것이 아닌, 매뉴얼대로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제는 만원 관중인데다가, 많은 팬들이 이대호를 보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감정이 앞선 퇴장을 내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퇴장을 시킬 경우 나오는 비난 등을 향한 피해는 고스란히 심판들의 몫이다. 다만 어제의 판정은 매뉴얼과 규칙에 의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