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에 흔들려야 핀다.
광주FC는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전북 현대와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 홈 경기서 1-0으로 승리했다.
여봉훈(23)과 광주에 뒤늦게 찾아온 봄이었다. 광주는 이날 승리로 6경기(3무 3패) 연속 무승 늪에서 탈출했다. 시즌 2승째를 거두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이언트 킬링의 주인공은 광주 미드필더 여봉훈이었다.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리며 잠시 접혔던 날개를 활짝 폈다. 흔치 않은 '시련의 스토리'를 가진 그였기에 더 드라마틱했다.
축구 팬들에게 여봉훈의 이름 석 자는 낯설지 않다. 2016 리우 올림픽을 전후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11월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중국 4개국 친선대회 첫 경기인 모로코전서 강점인 기동력과 몸싸움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소속팀 출전 시간 부족'이라는 덫에 걸려 리우행 비행기에 오르지는 못했다. 동료들의 8강행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여봉훈을 더욱 강하게 만든 건 '올림픽 탈락'의 시련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했는데 당시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뛰어 아쉬움이 있었다."
유럽 무대 도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이 됐다. 그는 "포르투갈서 FC포르투와 맞붙었다. 전지훈련 때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싸웠다. 유럽에서 강팀과 해봤던 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빅리그에서 꿈을 펼쳤으나 오롯이 날개를 펴지는 못했다. 지난 3월 벼랑 끝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남기일 광주 감독이었다. 여봉훈은 "유럽에서 열심히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도중 나를 뽑아주신 남기일 감독님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잘 따라야 한다"며 눈빛을 번뜩였다.
여봉훈의 K리그 적응은 순조롭다. 뒤늦게 광주에 합류했지만 올 시즌 K리그 5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남다른 활동량과 투지로 이찬동(제주)과 여름(상주)이 떠난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봉훈은 "유럽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더 거칠고 빠르다. 민첩성이 좋아 예측을 더 빨리해야 한다"면서 "광주에 와서 느낌이 좋고, 컨디션도 좋다. K리그에 70~80% 적응한 거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봉훈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롤 모델은 첼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은골로 캉테(프랑스)다. "난 공격포인트를 올리기보다는 성실한 플레이로 수비를 많이 하며 팀에 헌신하는 스타일이다. 첼시의 캉테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