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찬익의 대구 사자후] '득점권 깡패' 김헌곤, 구자욱의 향기가 난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4.30 06: 15

김헌곤(삼성)은 찬스에 강하다. 29일 현재 득점권 타율 6할3푼6리로 리그 1위에 이른다. 그가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설때면 한 방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김헌곤은 29일 대구 SK전에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득점권 깡패'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김헌곤은 1회 박해민의 우전 안타와 2루 도루로 만든 무사 2루서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냈다. 박해민은 여유있게 홈인. 2-1로 앞선 삼성의 6회말 공격.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2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헌곤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배영섭, 김상수, 박해민 등 발빠른 주자들은 모두 홈을 밟았다. 승기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삼성은 SK를 12-5로 꺾고 19일 잠실 두산전 이후 8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김헌곤은 경기 후 "매일 매일 너무 쉽지 않았지만 오늘 연패를 끊어 기쁘다. 거기에 내가 역할 일부 했다는 게 더 기쁘다. 감독님께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안타까운 성적에도 열광적인 응원을 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헌곤은 2011년 데뷔 후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우타 외야수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으로 나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상무 입대 후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김헌곤은 지난해 상무의 주축 타자로 활약하면서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 1위에 등극하는 등 타율 3할7푼8리(254타수 96안타) 8홈런 65타점 63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입대 전보다 타격에 확실히 눈을 떴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석에서의 여유가 생겼고 상황별 대처 능력도 향상됐다.
김한수 감독은 김헌곤이 상무 전역 후 핵심 멤버로 우뚝 선 구자욱처럼 성장하길 기대했다. 올 시즌 치열한 경쟁 끝에 주전 좌익수로 낙점된 김헌곤은 무서운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한수 감독의 따뜻한 배려도 한 몫 했다. 김헌곤이 시행 착오를 겪을 때에도 쓴소리를 자제했다. "상황을 복기해보면 당연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선수는 잘해보려고 의욕적으로 한 것 아니겠는가. 본인은 얼마나 그 상황이 머릿속에 남겠나. 언급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김한수 감독의 말이다.
김헌곤 또한 모를 리가 없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헌곤은 출장 횟수가 늘어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구자욱처럼 신인왕 후보 요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삼성의 올 시즌 히트상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매 경기 절박한 심정으로 뛴다"는 그의 투혼 넘치는 플레이는 선수단 전체에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 있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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