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야구] 김진욱의 한 마디, 고영표의 '인생투' 이끌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4.30 06: 05

"넌 감각이 없는 투수가 아니니 힘을 써도 된다".
프로 데뷔 후 첫 완봉이다. 내용까지 완벽했다. 9이닝 6피안타 2사구 무실점. 지난 29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고영표(26·kt wiz)가 던진 투구 내용이다. 인생 최고의 투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했다.
고영표의 완벽한 투구에 kt는 LG를 물리치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kt 창단 이후 3번째 완봉이 흔들리는 kt의 중심을 잡아준 셈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감 있게 투구를 한 고영표가 대견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쉽지 않은 완봉이었다. 고영표는 1회에만 2개의 안타를 맞으며 흔들리는 듯했다. 2회에도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영표는 위기에서 극복했다.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의 조합으로 땅볼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고영표는 "경기 흐름이 2회를 넘기면서 잘 풀렸다. 내 밸런스도 좋아지면서 직구에 힘이 생겼다"며 "매 이닝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전력 투구를 해서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까지 kt는 5연패, 고영표는 3연패에 빠져 있었다. 고영표 스스로 LG전에 대해 "무거운 등판"이라고 했을 정도로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에서 등판했다. 그러나 고영표는 걱정과 부정적인 예측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6일전 한화 이글스에 난타 당한 고영표와 달랐다.
차이점은 전력 투구에 있었다. 앞선 경기서는 제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던질 때 힘을 덜 줬는데, 구위까지 같이 떨어지면서 난타를 당한 것이다. 그래서 김진욱 감독은 LG전을 앞둔 고영표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고영표는 "지난 4경기에 대해 감독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니 '스트라이크를 잡는 걸 의식하고 던지니 공이 느려지는 것 같다. 넌 감각이 없는 투수가 아니니 힘을 써도 된다'고 하셨다. 감독님 말씀대로 힘을 쓰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영표의 공을 받은 포수 이해창은 "영표의 직구가 진짜 좋았다. 초반에는 직구 위주로 갔지만 중반이 되면서 변화구 많이 섞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중반 이후에 직구 힘이 더 좋아졌다. 공이 워낙 좋아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날 고영표는 최고 구속 140km/h의 직구와 최고 구속 139km/h의 투심 패스트볼을 주로 던진 후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었다. 빠른공의 위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구의 효과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변화구의 위력이 올라간 덕분에 9회 위기도 쉽게 넘겼다. LG 타자들의 노림수에 직구를 연타 당해 무사 1,2루의 위기에 처한 고영표는 내리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고영표는 직구를 노리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던져 재미를 봤다.
인생 최고의 투구를 펼쳤지만 고영표는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이 연패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는 "팀 분위기가 처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6점을 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완봉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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