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인가 '오마주'인가.
2017년에도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의 장수 인기 강연 ‘게임 관련 법령 리뷰’는 열렸다. 이번 NDC17에서 ‘게임 관련 법령 리뷰’에서는 게임 업계에서 중요한 이슈 위주로 강연이 이뤄졌다.
넥슨 이원 신규개발본부 연구원, 이홍우 법무실장, 김관중 IP팀 팀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세 사람은 개발자와 법률 전문가, 게이머의 입장에서 민감함 이슈를 쉽게 재밌게 풀어나갔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게임 표절을 둘러싼 부정경쟁방지법(이하 부경법)과 저작권법 이슈는 핵심 화두였다.
그 중심에 선 사례가 킹닷컴이 아보카도 엔터테이먼트(이하 아보카도)의 ‘포레스트 매니아’를 상대로 제기한 표절 소송이었다. 2014년 11월 킹닷컴은 아보카도가 자시의 인기 게임 ‘팜 히어로 사가’를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전 수많은 게임 표절 분쟁은 대부분 저작권법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바로 저작권법은 ‘표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아이디어’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작권법의 특성상 비슷한 장르일 경우 비슷한 표현이 자주 나올 수 밖에 없고 구성하는 아이디어가 핵심인 게임은 표절로 판별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킹닷컴은 아보카도와 저작권 분쟁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바로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의 위반을 주장한 것이다. 킹닷컴은 ‘타인의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라는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을 통해 자사 게임의 아이디어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이 주장이 먹혀들었다. 2015년 10월 30일 1심에서 법원은 아보카도가 부경법을 어겼다는 킹닷컴의 주장를 일부 인정했다, 아보카도 측에 '포레스트 매니아'의 서비스를 중단할 것과 11억 6,800여만 원을 킹닷컴 측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보카도 측은 즉시 법률 대리인을 바꿔 항소에 나섰다.
2심에는 결과가 뒤집어졌다. 2017년 1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 원고 패소를 선언했다. 고등법원은 아보카도의 저작권침해와 부정경쟁행위를 모두 부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회사의 게임은 흔한 플레이 방식 때문에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서는 비슷한 표현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는 부경법 제 33조가 반영됐다. 부경법 제 33조항에서 ‘부경법은 우선적인 조항이 아닌 저작권 법 등의 보충적 지위에 놓은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홍우 실장은 “현재 법원은 판단 부분의 추상화,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보고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면 나비가 기본적으로 가진 날개나 더듬이 같은 신체 부위를 뺀 신체 색상, 무늬만 두고 게임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저작권법의 모순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저작권법 제1조는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이홍우 실장은 “개인의 저작 권리(사익)을 보호하면서도 문화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공익)을 위해서 개인 저작권이 지나치게 강조해서 사회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닷컴은 2심 판결 이후 지난 2월 한국 지사를 공식 철수했다. 킹닷컴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홍우 실장은 킹닷컴과 아보카도 분쟁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부경법의 아이디어 보호 가능성을 지켜봐야 된다고 결론 맺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표절 관련 송사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법원에서 게임 영역 표절 시비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통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면 불필요한 송사가 줄어들 것이다. /mcadoo@osen.co.kr
[사진] 이원 신규개발본부 연구원, 이홍우 법무실장, 김관중 IP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