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역적' 홍家는 침몰하지 않는다, 백성은 포기하지 않는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4.26 06: 49

2017년 현재였다면 특검 조사 대상에 탄핵감이다. 조선 시대 폭군 연산군이 그렇다. 하지만 당시에도 백성들의 힘은 대단했다. 무자비한 학살에도 쉽게 쓰러지 않는 강한 민초였다. 
25일 방송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26회에서 연산(김지석 분)은 길현(심희섭 분)-길동(윤균상 분) 형제의 반격을 두려워하면서도 폭정을 거듭 일삼았다. "조선에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을 주겠다"는 신념인 것. 
연산은 외부로 이야기를 발설한 흥청을 붙잡아 "짓밟히고 고통 당할 한 명이 필요하다. 그게 10만 군사의 위엄보다 더 위험하다. 너의 오늘 죽음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 그리 생각하라"며 참수형을 내렸다. 

"인간은 폭력만으로 다스려야 한다"던 그는 "가두고 매질하면 나머지가 두려움에 떨어 내게 충성할 것이다. 이 흥청의 사지를 베어 궁 안의 모든 이들이 돌려 보라. 궁 안의 일을 발설하면 어찌 되는지 본을 보여주겠다"며 살기를 내뿜었다. 
길동을 자극하기도 했다. 연산은 길동 무리를 찬양하는 마을 백성을 학살하며 광기를 보였고 길현은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학살로 임금이 조선 백성들에게 본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길동 역시 죄없는 백성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는 왕을 향해 분노했다. 
같은 시각 연산은 "조선의 백성들아 보거라, 그리고 듣거라. 천지간에 가장 힘이 센 게 무엇인지. 그것은 두려움이다"라며 비릿하게 웃었다. 궁 안에 울려퍼지는 풍악에 맞춰 소름 끼치게 어깨춤을 추기도. 
길동 패거리는 학살을 일삼는 관군을 막아섰다. 하지만 수적으로 열세에 부딪혔고 길동은 자신의 사람들이 피흘리고 쓰러지는 걸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자신이 앞장서 길을 터겠다고 했지만 의리의 패밀리는 "같이 죽자"고 했다. 
특히 뒤늦게 합류한 이들 역시 "죄없는 백성들의 피를 보는 것보다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길동에게 힘을 보탰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도 나섰다. 남자들은 활을 쏘고 여자들은 돌을 굴러 산세에 약한 관군들을 무찔렀다.
결국 길동과 백성들이 이겼다. 그러나 길동은 자신들을 위해 관군과 맞서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 이름 모를 아재를 보며 오열했다. "이름을 알려 달라"며 울부짖던 그는 다시 한번 연산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았다. 
모처럼 '사이다' 전개가 가득한 26회였다. 길게 끌어온 어리니의 정체는 상화(이수민 분)가 맞았고 길동, 길현, 어리니 3남매는 연산을 향한 복수심을 키웠다. 개인적인 원한에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까지 더해 부패한 권력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특히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백성들의 힘을 보여주는 스토리는 통쾌했다. 폭주하는 왕의 칼 앞에 힘없이 쓰러지는 백성들이지만 각성하고 뭉칠 땐 그 누구보다 무섭고 두려운 최후의 권력임을 입증했다.
5월 9일 대선을 앞둔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었다. 지난 겨울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킨 국민의 힘,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백성들이 결국 이긴다는 걸 '역적'이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comet568@osen.co.kr
[사진] '역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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