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신인’ 박재한, 삼성 '가드 3인방' 지워버렸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23 06: 03

삼성이 자랑하는 가드 3인방이 신인 선수 한 명에게 지워졌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2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서울 삼성을 86-77로 제압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KGC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2연승을 노린다. 
‘신스틸러’는 KGC 신인가드 박재한(23·KGC)이었다. 사실 시리즈에서 그를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지 김기윤이 시즌 아웃을 당한 마당에 1,4쿼터 가드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태술과 주희정에게 다득점만 주지 않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삼성 가드진을 다 지워버렸다. 

박재한은 악착같은 수비로 주전으로 나온 김태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신장은 173.4cm에 불과하지만 기동력과 순발력이 발군이었다. 신인답게 체력도 왕성했다. 김태술은 3득점을 넣었지만, 활약이 저조했다. 
주희정도 마찬가지였다. 6강과 4강에서 미친 활약을 했던 주희정도 침묵했다. 2쿼터 등장한 키퍼 사익스와 박재한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변수가 생겼다. 사익스는 2쿼터 막판 발목을 다쳤다. 3쿼터 다시 박재한이 등장했다. 그는 3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하지만 신인이 흔들릴 때 선배들이 잡아줬다. 정신을 차린 박재한은 4쿼터 결정적 6득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자유투 2구를 모두 실패한 뒤 8점 차로 좁혀지자 김태술에게 결정적 스틸을 한 뒤 속공 3점슛을 꽂는 대담함을 보였다. 
삼성은 역시 신인인 천기범을 투입해 박재한에게 포스트업을 걸었다.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박재한 혼자서 김태술, 주희정, 천기범 세 명을 합친 것보다 더 좋은 생산력을 보였다. 
박재한은 “신인인데 1차전은 처음이다. 기분 좋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다.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이 형들이 조언해줘서 힘이 됐다. 자신감 얻었다. 형들 덕분에 쉽게 이겼다. 내가 흥분할 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며 웃었다. 
형들도 당돌하게 잘 뛰어준 막내가 고맙다. 이정현은 “챔프전이 긴장되는 큰 경기인데 박재한이 사익스가 나가도 잘 버텨줬다. 실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실수는 다한다고 말해줬다.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오세근도 “신인이라 긴장될 텐데 에러를 하고 위축 안 되고 자신감이 있었다. 칭찬해주고 싶다. 박재한이 악착같이 디펜스하는 모습을 보니 뒤에서도 힘이 난다”고 거들었다. 
박재한은 2016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지명됐다. 아무래도 작은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전체 4순위 천기범, 6순위 박지훈, 7순위 최성모 등이 박재한 보다 앞에서 지명된 가드들이다. 하지만 세 선수는 팀내서 거의 출전기회도 얻지 못했다. 현재의 활약상만 놓고 보면 10순위로 오리온에 뽑힌 김진유와 박재한이 훨씬 위다.  
삼성의 베테랑 가드들과 대결이 긴장되지 않았을까. 박재한은 “삼성 형들이 잘하지만, 오늘 경기를 못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천기범은 대학시절부터 나에게 포스트업을 많이 걸었다. 익숙했다”면서 담대한 배짱을 보였다. 
2차전서 KGC는 사익스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신인 박재한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오히려 삼성이 긴장해야 할 분위기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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