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hybrid)’ 사전적 의미는 ‘혼합체’다. 서로 다른 성질의 대립형질이 만나 탄생한 ‘잡종’을 의미한다. 자동차에서는 내연기관과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친환경차를 지칭한다.
유전학에서 볼 때 하이브리드, 즉 ‘잡종’은 ‘순종’의 대립개념이다.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차’의 탄생은 순수 내연기관 차의 대립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017년 오늘, 이런 의문이 든다. 이 개념이 과연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
우리 시대 첨단 기술이 지향하는 미래 자동차는 사실상 ‘하이브리드’가 기본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장치와 여기서 발생 된 전기를 모아 두거나 꺼내 쓰는 배터리로 구성 된다. 순수전기차도 외부에서 전기 에너지를 공급 받는 장치와 구동 중에 허비 되는 에너지를 모아서 다시 사용하는 회생제동장치가 결합 돼 있다. 어떤 형식이 주도권을 장악하든,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미래 자동차는 ‘잡종(하이브리드)’이 ‘순종’이 되는 숙명적 변이를 지니고 있다. 과도기적 시대임이 자명한 2017년에 ‘가장 현실적인 미래 자동차’를 만났다. 토요타자동차가 내놓은 ‘프리우스 프라임’이다.
이 차의 형식적 정체성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둘도 아니고, 3가지 종류의 에너지원을 집약시켰다. ‘플러그인’은 외부 전기로 충전이 가능한 차다. 여기에 1.8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 돼 있고 전기에너지를 모아 두는 8.8kWh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가 실렸다. 3종의 대립형질이 만나 하나의 완성체를 이룬 ‘3성 잡종’이다.
만약 프리우스 프라임의 내연기관에 자리에 수소 연료 전기 발생장치를 대체한다면 ‘플러그인 수소연료전지차’가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시대 자동차 기업들이 설계하는 친환경 미래자동차의 완전체다.
프리우스 프라임을 ‘현실에서 달리는 미래 자동차’로 감히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조건(충전 인프라 및 일상 주행) 아래서는 가솔린 연료를 단 한방울도 쓰지 않고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에는 43리터 용량의 가솔린 연료 탱크가 달려 있지만 탱크를 다 채울 필요도 없다. 만약을 대비해 5리터 정도만 채워놓고 1년을 달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최근 이 같은 ‘가상현실’을 검증하는 시승이 있었다. 토요타-렉서스자동차의 신개념 브랜드 체험 공간 ‘커넥트투’가 있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을 출발해 서울의 서쪽 끝 행주산성을 돌아오는 코스였다. 갈 때는 올림픽대로를 탔고 올 때는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차가 한참 붐비는 평일 오후 시간에 올림픽 대로에 차를 올렸다. 잠실에서 여의도 구간은 출퇴근 시간대와 다를 바 없이 정체가 심했다. 여의도 구간을 지나 행주산성까지는 비교적 원활했고, 강변북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퇴근길 정체였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4세대 프리우스’와 비교할 때 기능적으로는 플러그인, 즉 외부 전기 충전 장치만 더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데 성능적으로는 사실상 전기차의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강제적으로 전기 에너지만 사용하게 하는 EV모드가 달려 있으며 EV모드만으로도 출퇴근 또는 일상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원상 8.8kWh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는 최대 40km를 달릴 수 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잠실에서 행주산성을 가는 구간에서는 EV모드로만 주행을 했다. 도로에 사고차량이 있었는지 지정체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배터리를 채우고, 계기반의 모든 지표를 리셋한 뒤 출발했는데 지체가 심해 계기반의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속도계는 시속 20km를 넘지를 않았고, 배터리 게이지도 줄지 않았다. 다만 하나, 평균 연비 게이지만 신이 나서 오르고 있었다.
여의도 주변을 지나가 길이 뚫리고 주행 속도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배터리 게이지도 소모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균 연비는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행주산성에 도착하자 계기반에는 놀라운 숫자가 찍혔다. 총 주행 거리 35.6km에 평균 연비는 99.9km/l였다. 99.9는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숫자, 즉 무한대를 의미한다. 가솔린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잠시 휴식을 갖고 강변북로를 타고 돌아올 때는 성격을 달리해 운전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4세대 프리우스’ 보다 주행성능을 강화했다. 이른바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도록 출력을 높이고 정숙성에 공을 더 들였다. 이를 위해 토요타 최초로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는 2개의 모터가 달려 있는데, 주행에 관여하는 ‘구동 모터’와 회생제동에 관여하는 ‘충전 모터’로 임무를 분담하고 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이 중 충전 모터를 구동모터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 큰 힘이 필요할 때 ‘충전 모터’는 본연의 임무를 잠시 접어 두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 모터’ 구실을 거든다. 덕분에 EV모드에서 시속 135km까지 고속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은 출력도 출력이지만 내연기관 엔진의 개입을 최대한 늦추는 구실을 한다. 대개의 하이브리드 전용차는 시속 40km 부근에서 엔진이 개입하도록 설계 돼 있다.
그리고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의 뒷 유리면을 가운데로 오목하게 만들었다. 마치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넘실넘실 설계된 뒷 유리창을 보고 토요타는 ‘더블 버블 백도어 윈도우’라고 불렀다.
이 같은 요인들로 프리우스 프라임의 움직임은 ‘역동성’을 얻었다. 기존의 프리우스가 ‘얌전함’을 미덕으로 어필했다면 프리우스 프라임은 움직임이 민첩하고, 때로는 거칠어졌다. 가솔린 엔진 최대 출력이 98마력이고 구동 모터가 최대 72마력, 충전 모터가 최대 31마력을 낼 수 있다. 엔진과 구동 모터가 한꺼번에 가동해 낼 수 있는 최대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펀 드라이빙’을 위해 디자인도 바꿨다. ‘4세대 프리우스’의 후면부가 좁고 높은 인상을 갖고 있는 반면 ‘프리우스 프라임’은 낮고 넓게 디자인 됐다. 더블 버블 백도어 설계의 영향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잘 달리게 생긴’ 외관을 갖췄다.
행주산성을 출발해 자유로 말미를 달리는 구간에서 ‘펀 드라이빙’의 묘미를 잠깐 맛봤다. 전기 모드 주행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1.8리터 가솔린 엔진의 개입이 성가셨다. 잠깐의 거슬림을 견디고 나니 쾌속주행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뒷축 서스펜션이 토션빔에서 더블 위시본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도 ‘펀 드라이브’ 감성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너울치는 더블 버블 백도어 윈도우는 ‘잠재적 야수성’의 상징이었다.
‘EV 전용 모드’를 설정한 올림픽대로 구간과는 달리 강변북로로 복귀하는 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설정했다. 차가 상황에 따라 알아서 배터리와 엔진을 번갈아 쓰도록 지정하는 운전 설정이다. 잠깐의 자유로 주행이 끝나고 강변북로로 접어들자 퇴근길 정체가 이어졌다. 차는 엔진-배터리-회생제동을 반복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롯데월드몰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최종적으로 계기반을 확인했다. 총 주행거리 68.2km, 평균연비 94.3km/l 였다. 1리터로 94.3km를 달릴 수 있었는데, 68.2km밖에 달리지 않았으니 채 1리터를 쓰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자유로에서 스포츠 모드 테스트를 하지 않았으면 68.2km 전구간을 전기 모드만으로 운행이 가능해 보였다. 주행을 마치고도 전기모드로 2.4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계기반이 확인해 주고 있었다.
도심 근교에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평균 이동 거리를 자동차 업계에서는 40km 이내로 잡고 있다. 가정용 충전기로 4시간 30분, 전용 충전기로 2시간 30분(급속충전은 지원 안함)이면 완전충전이 되는 프리우스 프라임은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이동 거리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가격은 4,830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나마 정부로부터 친환경 차로 인정 돼 최대 270만 원의 세제 혜택과 500만 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하이브리드 메인 배터리는 10년 또는 20만 km 이내 보증 서비스를 한다. /100c@osen.co.kr